경북 영주에 ‘선비세상’이 내달 3일 개관합니다. 이른바 ‘K-문화테마파크’를 표방하는, 선비를 테마로 꾸민 테마공원입니다. 그런데 그냥 보통 테마공원이 아닙니다. 이곳 하나 짓는데 9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쳐 자그마치 1694억 원을 쏟아부었으니까요. 그런데 정식 개관을 앞두고 ‘선비세상’을 돌아본 감상은 기대가 아니라 ‘걱정’이었습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나 했더니 대부분 건축비였습니다. 96만㎡(29만 평)가 넘는 드넓은 공간에다가 건축비가 많이 드는 한옥만 99동을 지었습니다. 선비세상 안에는 한옥, 한식, 한지, 한글 등 6개 테마의 중심공간이 있는데, 테마마다 지상 공간은 전통 한옥이지만, 지하는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현대건축을 결합한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하나씩 지었더군요.

이곳에서 조선의 선비처럼 자고, 입고, 먹고, 즐기면서 선비정신을 함양한다는 게 선비세상의 개관 취지입니다. 그런데 체험공간을 둘러보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체험공간의 관람객 수용 규모였습니다. 한옥의 다도체험 공간은 10명이 들어가도 비좁을 것 같았고, 한지 공방이나 한복체험, 한식만들기 체험도 각각 체험객 수용 인원이 10명 내외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하루 수천 명을 수용한다는 대규모 테마파크의 6개 주제별 체험공간에서 각각 20∼30분쯤 걸리는 체험을 고작 10명 한쪽의 체험객들이 즐길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마땅한 관람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체험 인원을 뺀 나머지 관람객들은 뭘 하고 있어야 할까요. 진짜 묻고 싶은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다른 관광지에서도 흔히 하는 똑같은 체험을 위해 한옥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할까요. 그런 한옥을 짓는 데 1700억 원을 쓰는 게 맞는 일일까요.

문제는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1215억 원이 들어간 경북 군위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610억 원이 들어간 청도의 숙박체험마을 ‘신화랑 풍류마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0억 원이 투입된 구미의 ‘신라불교 초전지’나 127억 원이 들어간 성주의 ‘가야역사신화 테마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개관 초기인 지금이야 ‘코로나19로 인한 운영 차질’이란 그럴듯한 핑계라도 있지만, 운영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관광객 유치나 수익은커녕 최소한의 운영비조차 못 대는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토건 위주의 관광개발 실패가 고스란히 주민들이 갚아야 할 빚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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