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구 달서구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연합뉴스
징역 가능했던 음식점 호객행위 형벌 없애고 등록취소·영업정지 지나친 처벌규정 ‘합리화’ 초점
경제단체 “法개정 속도 냈으면”
정부가 26일 발표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은 기업의 ‘사소한’ 실수나 행위에 비해 지나친 형벌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까지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단순 행정상 의무위반에 대한 과도한 처벌, 책임의 정도에 비례하지 않는 처벌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으나 지난 정부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단체들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며 이번 1차 개선을 시작으로 기업 경영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형벌규정을 추가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업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형벌규정은 공정거래법 제126조 1호 ‘지주회사 설립 또는 전환 신고를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한 경우’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단순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해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지나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단순 실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명한 사례로, 하림그룹 TV홈쇼핑 계열사 엔에스쇼핑은 지난 2016년 자회사 하림산업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4500억 원에 매입하면서 단번에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위를 부여받기 위해서 지주회사 자산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엔에스쇼핑은 이후에도 엔디, 엔바이콘(구 엔에프), 엔에스홈쇼핑미디어센터(옛 한스컨버전스) 등에 대한 신규 계열사 지분 취득 및 출자를 지속하면서 자회사 비중이 확대됐다. 그러나 엔에스쇼핑은 지난해까지 공정위에 지주사 전환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에 공정위 제재 심의 대상이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 제출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 지침’ 제정안을 마련하면서 기업집단의 신고 및 자료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규제를 대거 강화했다. 이 기간 신고를 누락했던 엔에스쇼핑도 강화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다만 공정위는 엔에스쇼핑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상 지주회사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진 신고한 점, 위원회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을 고려하여 형사고발은 하지 않되, 자체적인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이외에도 과도한 형벌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 씨의 경우 한 물류터미널 건설 공사를 수주한 후 공사시행인가를 예상하고 착공에 들어갔지만 물류시설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의 처벌도 내려질 수 있다. 식품위생법도 과도한 형벌이라고 지적받는다. 주로 번화가에서 이뤄지는 호객행위 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면서 더욱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형벌 규정 개선을 요청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던 과도한 형벌 조항 개선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다만 더 속도감 있게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경제 형벌규정 개선은 경제 활성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형벌 조항을 과감하게 폐기해야 하고,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멀쩡한 기업인을 범죄인으로 만드는 불성실 자료 제출 등에 대한 처벌 조항 등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