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해 유엔총회와 인권이사회에 보고하는 임무를 맡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페루 출신 국제법 학자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살몬 보고관은 29일 오전 북한 인권단체 인사들과 만남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 달 3일까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참석, 권영세 통일부 장관·박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인사 만남, 탈북민 면담 등의 일정을 갖는다. 살몬 보고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오는 10월 유엔총회에 제출할 북한인권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살몬 보고관은 2일에는 첫 방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도 갖는다.
이처럼 북한 인권 상황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러 한국을 찾은 살몬 보고관이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역대 보고관들이 수차례 요구해 왔던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법안 통과 6년이 되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의도적 외면에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4일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인권 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는 기구로 북한인권재단을 구성토록 하고 있다. 재단 이사 12명 중 2명은 통일부 장관, 5명은 여당, 5명은 야당이 추천하도록 돼 있는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여당 시절은 물론, 야당이 된 지금도 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북한인권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처럼 한 정당이 온갖 꼼수를 부려가며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이 아니다. 북한인권법은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으며 국회에서 2016년 3월 2일 재석 의원 236명 가운데 찬성 212표, 기권 24표로 가결된 법이다. 그나마 북한인권법 가결 자체도 법안이 2005년 8월 처음 국회에 제출된 지 10년 7개월 만에 이뤄졌다. 북한인권법이 미국에서 2004년, 일본에서 2006년 제정된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이렇게 늦게나마 여야 합의로 탄생한 법이 민주당의 외면에 6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북핵 협상을 핑계로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아 왔지만, 그 결과는 북핵 고도화 시간 벌어주기와 한미동맹 엇박자 심화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북한 인권 문제라면 북한 지도부만큼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강령과 당헌 개정 문제를 놓고 소란을 겪었다. ‘소득주도성장’은 ‘포용 성장’으로, ‘1가구·1주택’은 ‘실거주·실수요자’로 바꾸는 강령 개정안을 놓고 문재인 지우기 논란이 벌어졌고, ‘기소 시 당직 정지’ 규정 등 당헌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 대표 선출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 방탄용 공방이 오갔다. 그런데 이 민주당 강령 중 통일 부문 마지막 항목 제목은 ‘북한 인권 개선과 인도적 문제 해결’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로 시작된다. 당내 권력 다툼과 관련된 강령·당헌 변경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강령에 버젓이 적혀 있는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는 눈감는 행태는 6년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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