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현 변호사, 前 서울동부지검장

여당 비대위 무효 판결 충격적
정당이나 종교 내부 의사결정
법원은 쟁점 當否 평가 삼가야

비상상황 아니라는 판사 잣대
법리적 의문과 정치의 사법화
상급심에서 다시 따져볼 필요



지난주에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정당 내부 결정의 내재적(內在的) 한계를 일탈해 무효라고 판결해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내재적 한계란, 외부의 요인에 의해 어떤 범위가 설정되거나 제한이 가해지는 경우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그 본질을 지키기 위해 또는 다른 가치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등의 이유로 설정한 내부적 기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민·형사소송법은 공히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에게 그 사건의 기초적 사실관계 판단에 관해 자유로운 심증 형성의 전권을 부여한다. 다만, 그 자유심증주의에도 지나치게 자의적(恣意的)이어서는 안 되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정당이나 종교의 내부 분쟁이 재판에 회부됐을 때 법원은, 쟁점 사항에 관해 만약 내외의 법규범이나 절차 면에서 하자가 없다면, 그 쟁점의 실체나 당부(當否)에 대한 사법적(司法的) 평가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게 ‘내재적 한계’로 인식돼 왔다. 이는 특히 정당의 내부 갈등 문제는 법이 아니라 정치로 풀어나가는 것이 합당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당 대표가 제기한 당내 결정의 효력정지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해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매우 괄목할 만한 입장을 내놨다.

“정당의 대의기관이 당헌에 따라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적 내부 질서 유지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면서 “정당 대의기관의 권한행사가 그런 내재적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게 그것이다.

즉, 이번 판결에 따르면, 정당의 내부 결정도 정당민주주의라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야 하고, 그 한계를 지켰는지에 대해 법원은 사법심사 즉, 재판으로 (내재적 한계 없이) 평가할 수 있다는 뜻처럼 보인다.

재판부는 그와 같은 관점에 입각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즉, 국민의힘 전국위원회가 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원장을 지명 의결함에 있어, 비대면 필요성 등 때문에 ARS 전화 투표 방식을 혼용한 것까지는 적법해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당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나 최고위원 4명의 사퇴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본 것은 타당하지 않고, △당원 중 1000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국위원회는 1만 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작은데도 전국위의 비대위원장 의결로,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결정을 한 것은 그 ‘내재적 한계’를 일탈해 무효라고 본 것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국민의힘이 혼돈 상태에 봉착한 것은 별문제로 하더라도, 법원의 그런 논리가 법리적으로 온당한지 강한 의문이 들고, 정치로 풀어야 할 정당 내 갈등 문제를 법으로 푸는 과정에서 정치의 사법화를 가져올 것이 매우 우려된다. 실제로 재판부는 그 당이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 선언으로 진짜 비대위라도 필요한 비상상황이 되고 말았지 않은가.

요컨대, 국민의힘 내분과 관련한 이번 사안은 정당 내부 의사결정의 내재적 한계와 법원 재판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내재적 한계가 서로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논리대로면, 정당은 그 정당의 사활이 걸린 비상한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 결정을 할 때도 반드시 ‘내재적 한계’를 지켜야 하는 반면,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없는 정당의 내부 의사결정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내재적 한계’ 없이 이것이 옳네, 저것이 옳네 하며 심판해서 파투를 낼 수 있는 게 합당한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정당들은 비대위 전환도 법원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든 현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이후의 재판 과정을 기다릴 것 없이 당이 봉착한 위기를 추슬러야 하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도 정당정치는 계속될 것이므로 이번 국민의힘 비대위 사안처럼 법원에서 정당 내부 분규에 대해 절차적 요소 외에도 실체적 요소까지 평가하고 개입한 게 온당한지는 이의신청이나 상소 절차를 통해 상급 법원에서 반드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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