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 중의 하나가 국민의 다원적 의사를 기반으로 한 복수정당제이며, 야당에 대한 탄압은 복수정당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여당의 독선과 독주를 가능케 하는 비민주적 정치체제로 변질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화 이전에는 야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 비일비재했고, 심지어 어용 야당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여야의 상호 존중이 점차 자리를 잡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각기 제14, 15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이끌면서 옛 동지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영향력 아래서 여야의 갈등과 대립이 선을 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적폐청산을 내세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감옥에 보낸 것에 대해서는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으며, 이후 거대 여당을 앞세운 독선적 국정 운영과 입법 폭주에 대해서는 더욱 거센 비판이 있었기에 20년 집권을 장담하던 민주당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됐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28일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대선 당시부터 이 후보에 대해 제기됐던 대장동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제1 야당의 당 대표를 수사할 때는 야당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가 하면, 전·현직 대통령도 수사하고 감옥에 보낸 마당에 야당 대표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충돌이 아니라, 올바른 민주주의는 법치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풀어야 한다. 야당에 대한 탄압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지만, 불법을 눈감는 것은 더욱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대장동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를 묻어 버리는 것은 야당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불법을 비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와 국회에 대한 불신을 키워온 요인 중 하나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태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앞세우는 행태였다. 이른바 방탄국회 논란은 국민의 국회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로 추락해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다. 그런데 야당의 대표직이 치외법권처럼 인정되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수사에 이은 구속·수감 등에 비춰볼 때 도저히 인정될 수 없다.
물론 대장동 의혹은 아직 의혹일 뿐이고, 그 실체는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이는 이 대표가 오래전부터 공인(公人)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또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을 수사기관은 물론 정부에서도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법과 정의를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만, 행동으로 이를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국민을 대표하는 고위공직자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대장동 수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이제 우리는 정의가 갖는 힘을 믿어야 하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대장동 사건의 의혹이 해명되고,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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