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봄, 가을 환절기에 접어들면 긴장을 해야 했다. 비염이 너무 심해서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게 내 몸을 떠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알레르기도 나이 먹으면 떠난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삼십 년도 더 된 고질에서 벗어났으니 나이 먹는 것이 좋은 점도 있나 보다. 물론 나이 때문이 아니라, 땅을 밟고 살게 된 덕이다.
흙이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흙을 다루는 작가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다. 조각가 조윤득의 작업을 오래간만에 인사동에서 만났다. 작가, 작품 모두 건강하고 청정한 흙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흙과의 삶 자체가 내면을 얼마나 실하게 하는가. 게다가 불의 점지까지 받으니 상상 이상이다.
그의 흙 작업은 태고의 신비가 서리고, 생명이 약동하는 경이로운 제주의 자연을 담아내는 대목에서 더 빛난다. 돌밭을 뚫고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의 몸짓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세찬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뿌리는 돌을 꽉 껴안아야 하며, 또한 가지들은 서로 스크럼을 짠다. 숭고한 생명의 서사에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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