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당국자들은 입장표명 자제


31일 한국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925억 원을 배상하라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이 나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론스타가 애초부터 무리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제기로 10년이나 사건을 끌어온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당시 주요 관계자들은 입장표명을 자제한 채 ICSID의 최종 판정 내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던 2010∼2012년 동안 해당 건에 대한 승인 심사를 했던 금융위원회 요직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당시 위원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당시 부위원장),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당시 상임위원), 김주현 현 금융위원장(사무처장) 등이 있었다. 론스타와 경제·금융 관료와의 악연은 끝이 없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위 고위 관료를 지낸 핵심 관계자는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만 말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003년 당시 경제 부총리를 지내 구설에 시달려야 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이끌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체적인 판정 결과를 알기 전에 입장을 밟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만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각국마다 고유한 법과 행정절차가 있는 데도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으로 형사 재판을 받는 등 상황을 자초했으면서도 무리한 ISDS 제기로 혼란만 부채질해 왔다”면서 “ICSDI가 이 같은 론스타의 책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영을 못 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투기 자본을 뜻하는 벌처펀드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4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고도 비상식적인 분쟁을 제기해 온 것을 두고 ‘먹튀’ 논란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정선형·윤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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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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