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교통대란 속수무책 - (上) ‘택시 잡기’ 전쟁 르포
도로에 택시 수백m 줄지어도
장거리 가려는 ‘예약’대부분
앱으로 호출해도 응하지 않아
수 만원 웃돈 ‘프리미엄’불러
앱 못쓰는 노년층은 더 힘들어
지난 28일 0시 2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인도와 인접한 1개 차선 도로에는 600m 가까이 택시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니, 당장 탑승할 수는 없는 택시였다. 이들 대부분은 ‘예약’ 등을 밝힌 채로 장거리 승객 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빈 차’ 등을 켠 택시는 1시간 동안 30대 중 1대꼴로 보였지만, 이마저도 목적지 등을 물어본 뒤 승차를 거부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여·30) 씨는 이태원역에서 녹사평역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등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택시를 잡았다. 그는 카카오 택시·우티·타다 등 3개 앱을 활용해 기본요금(약 1만6000원) 옵션의 택시를 불렀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이보다 3배 이상으로 비싼 타다 벤티(약 5만5000원)를 타고 귀가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상황도 비슷했다. 20여 명의 시민이 대로변에 서서 수십 분 동안 택시를 기다리는 광경이 펼쳐졌다. 직장인 김정현(44) 씨는 “30분 가까이 택시를 호출했는데 응하는 택시가 없다”며 “2만∼3만 원 정도 웃돈을 얹은 프리미엄 택시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문제로 지목됐던 ‘택시 대란’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야간에 운행하는 택시가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약 5000대 줄면서 택시 대란 심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월 33.9%(2만4333대)였던 택시 야간 운행률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인 올해 4월 28.5%(2만453대)로 떨어졌으며, 감소를 거듭한 끝에 지난 7월에는 27.1%(1만9481대)를 기록했다.
늦은 밤뿐만 아니라, 초저녁에도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신논현역 방면으로 향하는 도로를 지나간 294대의 택시 가운데 빈 차 등이 켜진 택시는 27대(약 9.2%)에 불과했다. 같은 시간 강남역 인근의 택시 정류소에도 정차하는 택시는 전혀 없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커플 사진을 찍고자 강남역에서 신사역 가로수길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 했다는 조현준(23) 씨는 “카카오 택시를 서너 차례 불렀는데 도통 잡히질 않고, 이용 요금이 비싼 ‘카카오 블랙’을 잡으라는 화면만 계속 나온다”며 “촬영 예정 시간 전에 사진관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다는 이윤선(78) 씨는 “나이 든 사람들은 길 찾기가 쉽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카카오 택시 이용법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들은 택시 타기가 너무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영·권승현·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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