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추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다. 결국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 창출이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유럽연합(EU)은 농식품 분야에서 높은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2017년부터 5년간 IoF(Internet of Food and Farm) 2020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U 16개국의 73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다. 곡류, 채소, 낙농, 육류, 과일, 5가지 산업을 위한 33가지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2019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농축수산식품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을 위해 ‘스마트한 식품안전 시대(Smarter Food Safety Era)’를 선언했다. 데이터 기반의 이력추적시스템 의무화 규정을 준비하면서다. EU와 미국의 두 사례를 관통하는 화두 역시 ‘디지털’이다. 디지털 기반의 기술과 국제표준이 생산에서부터 유통물류, 소비에 이르기까지 농식품 산업 생태계 혁신의 열쇠로 부상했다. 농식품 분야의 디지털 혁신, ‘애그리푸드노베이션(Agrifoodnovation)’이다.
우리나라 농식품 산업 생태계의 디지털 전환 또한 시급하다. 국내 농식품 산업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농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축수산물 온라인 쇼핑의 경우, 2018년 2조9000억 원에서 2021년에 7조1000억 원으로 거래 물량이 급성장했다. 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나 데이터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사업을 확대하는 ‘O4O’(Online for Offline) 비즈니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이처럼 한창이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농산물 유통은 도매시장에 의존한다. 농산물 산지와 도매를 잇는 유통 구조는 여전히 오프라인에 갇혀 있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업무 대부분이 부분적 자동화에 머물러 있다. 도매시장 전자송품장 활용률은 여전히 낮다. 유통물류 단계에서의 디지털 활용 수준이 미흡하니 인력 부담도 가중된다. 농산물 유통·판매 채널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니 출하량과 구매량 등의 정보 생산 및 유통은 언감생심이다. 관련 정보가 없으니 물량 쏠림과 그에 따른 가격 급등락은 당연지사다.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경로의존성을 축적해 온 농산물 공공 유통 경로를 디지털화하며 혁신해야 한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 유통 체계를 구축해 유통 단계와 유통 비용을 줄이고 오프라인 시장과의 상생·협력 유통 경로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표준화가 필수다. 농산물 거래 데이터 및 운영 시스템을 표준화해야 한다. 선별·포장·물류 등을 자동화한 스마트 APC 구축이 필수다. 둘째는 온라인 거래소다. 전국 산지의 농산물을 언제 어디서나 거래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도 온라인상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 도매시장과 상호 보완이 가능한 온라인 유통을 본격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셋째, 정보화다. 전자송품장 도입 등 디지털을 활용한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이 필요하다. 산지 출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출하량을 사전에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