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대구교육감賞 김대성 학생
To. 제일 사랑하는 고모에게
고모, 현관 너머 바깥세상 문을 열면 보이는 계단에 서 있던 아버지를 보고 무서워 집 안으로 들어온 나를 붙들고 “미안해”라며 두 귀를 막고, 내 온몸을 안아 온기를 전해줬던 그날, 기억나?
엄마의 가냘픈 손을 잡고 따로 나와 살았을 때, 그때 고모는 괜찮다고 나를 진정시켜줬고 나보다 더 속상하게 울어줬어. 그 후로 많은 것이 바뀌며 나는 종종 방황했고, 그럴 때마다 고모가 나를 잘 잡아준 게 생각나. 고모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아. 고모는 항상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 줬어.
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 친구들이 조금 부러웠던 게 있었어. 친구 집을 놀러 갔을 때 탁자 위 놓여 있는 수저 6개, 벽에 붙은 가족사진 같은 것들이었지. 오히려 친구들은 하나뿐인 고모를 부러워했고, 추운 날 하굣길 나를 기다리는 예쁜 고모를 보며 부러워했을 테니까.
초등학교 3학년이 되고 혼자서 학교를 갈 수 있게 되면서 고모를 힘들게 하기 싫은 마음에 매일 씩씩한 척만 했어. 7살 때부터 별거하신 부모님이 빨리 다시 화목한 가정을 차렸으면 하는 마음까지도 꼭꼭 숨겼지. 그런 모습을 고모한테 보여주면 고모가 슬퍼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다 보니 점점 아픈 날이 많아졌나 봐. 고모는 그런 내 상태를 알아채고 아플 때마다 혹여나 더 심해지지 않도록 애지중지 대해줬어. 고모의 모든 행동이 소중했어.
엄마와 살던 나는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후 아빠 쪽으로 와서 생활했잖아. 고모는 아직 서툰 아빠가 감당이 안 된다며 6개월 동안 나를 돌봐줬어. 자기 아들처럼 나를 키워줘서 고마워. 고모가 나 힘들 때마다 “우리 대성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조금만 있으면 누구보다도 행복해지겠다”며 기도하듯 이야기해줬잖아. 한데 그런 말이 부담이 됐나 봐. 점점 입맛이 없어 허약해지고 정신도 흐트러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잖아. 모두가 날 말렸고 고모도 나를 말렸지만, 필요하다고 진지하게 말을 하니 나 역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전보다 훨씬 좋아졌어.
내 모든 날엔 고모가 없었던 날이 없어. 가장 사랑하는 고모. 내가 다 크고 난 뒤 ‘나 모른 척해도 된다’고 고모는 말하곤 하지만, 나는 그 약속은 어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고모 머리에 흰머리가 수두룩하게 생기는 날이 오면, 나에게 해줬던 것처럼 매일 밤 사랑한다는 말을 남길게.
내가 매일 칭얼댔던 것처럼 고모도 그러는 날이 오면 행복한 순간을 줄게. 예쁜 우리 고모, 매 순간 건강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오면 내가 매일 업어줄게.
평상시에 고모가 내게 듣고 싶은 말이 있었을 텐데, 그간 부끄러워 하지 못한 말을 이 편지에 남겨. 고모, 너무 사랑하고 사랑해. 영원한 나의 맑음이 되어줘♡ 눈 뜨고 있는 마지막 날까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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