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홍(전 동아일보 편집부장) 선배가 최근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부산일보와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조선일보 편집부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동아일보 편집부장, 여성동아 부장, 일요신문 부사장, 민주일보·학원사 편집담당 부사장, 도서출판 ‘청산’ 대표 등을 지냈다.
신문편집의 전설 권도홍 선배가 영면(永眠), 90성상(星霜)의 이승을 하직하고 천계로 떠났다. 권 선배는 대학 재학 중 부산일보에 공채로 입사하면서 편집을 자원해 한국일보, 민국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에서 촌철살인의 제목과 레이아웃으로 이름을 날리던 명 편집기자였다. 박정희 시대에 저와 같이 근무한 동아일보에서 권 선배의 활약은 한국 언론사에 전설처럼 남아 있다. 동아일보 천관우 편집국장과 권 선배는 당시 무소불위 중앙정보부의 압력이 전혀 통하지 않던 유이(唯二)의 존재였다.
권 선배는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생각대로 지면을 제작했고 한 번도 정보부와 뒷거래를 한 적이 없었다”고 여러 번 얘기한 바 있다. 동아일보에서 권 선배의 위상은 대단했다. 한번은 다소 부실한 기사를 톱으로 하자는 취재부장을 향해 ‘이 게 기사냐’며 내던진 원고지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공중에서 춤을 추던 광경이 잊히지 않는다. 권 선배 같은 인재들이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했던 그 당시 동아일보는 지금과는 달리 부동의 국내 최고 신문으로 우뚝 서 있었다.
권 선배에게는 두 가지 집념이 있었다. 첫째는 독서와 집필에의 끝없는 욕심이다. 서울 종로 북촌로 집 거실과 3개의 방 벽은 모두 책으로 싸여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책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원본들인데 한 번씩 읽은 표시가 돼 있었다. 독서량이 대단했다. 돈이 생기면 책부터 구입하고 난 뒤 다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계속 주제를 바꿔가며 연구와 집필을 했다.
그동안 ‘날씨 좋던 날에 불던 바람’(2011) 등 7권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수집해둔 희귀한 벼루들의 가치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번째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다. 건강 관련 미국, 일본의 책과 자료들, 그리고 중국의 옛 의료 서적 등을 섭렵하면서 스스로 침을 놓고 뜸을 뜨는 한편, 좋은 먹거리를 찾고 생활습관 등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7년 전 ‘대한언론’에도 ‘병은 고칠 수 있다’는 칼럼을 1년 이상 연재해 큰 호평을 받았다. 권 선배는 매일 롯데 헬스클럽에서 근력과 유산소운동을 했다. 그리고 1주일에 서너 번은 동아일보 앞에서 청계로를 따라 한양대 앞까지 왕복해서 걸었다. 시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디든 걸어 다녔다.
권 선배가 존경한 인물은 오로지 ‘천관우 선생’이셨다. 천 선생을 만년에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을 항상 죄스럽게 생각했는데 2011년 10월 20일 권 선배와 강승훈 선배, 맹태균 씨 그리고 필자 등 네 사람이 천관우 선생을 재조명한 700여 쪽의 ‘거인 천관우’를 일조각에서 펴냈다. 권 선배는 이 추모집을 펴내면서 ‘천관우 선생은 어느 모로 봐도 생애를 통해 아아(峨峨)한 산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 네 사람은 충주에서 어렵게 살던 천 선생 부인을 여러 차례 방문해 위로를 드리고 관련 자료들을 챙겼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를 흔히 보지만 권 선배는 말이 곧 약속이었다. 한 입으로 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번 말한 얘기를 어떤 경우든 지켰다. 한마디로 언행일치. 그 때문에 약속을 잘 하지 않았다.
권 선배는 한일관 비빔밥을 좋아했고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야채는 양파, 마늘, 양배추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자기 신념이 확고했고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으며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려고 애쓰며 살았고, 자기계발과 건강을 위해 투쟁하듯 최선을 다했던 권도홍 선배! 아무리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줄이야…. 가슴이 멍하다. 극락왕생! 영원 극락왕생하소서. 명복을 빈다.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명예회장
■ ‘그립습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전화 : 02-3701-5261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