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근로시간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주 52시간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애초 내세웠던 50만 개 청년 일자리 창출은커녕 경제를 급격히 악화시킨 주범으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주 52시간제는 노동 약자에게 삶의 고통을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근로 약자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자 시행된 제도가 도리어 근로시간은 늘리고 소득은 줄이는 역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당시 중소업계가 숱한 개정·보완 요구를 주장했음에도 정부는 도입을 강행했다. 지나고 보니 교섭력을 높이려는 민주노총 등 좌파 기득권의 이념적인 의도에 매몰된 문 정부가 별다른 근거 없이 부작용에도 과속으로 입법했음이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현실과 괴리된 주 52시간제를 이른 시일 안에 개혁해야 한다. 우선, 주당 12시간으로 엄격하게 제한된 연장근로한도를 최소 한 달 단위로 넓혀줘야 한다. 실제로 중소제조업은 가장 필요한 제도 개선사항으로 ‘월간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을 꼽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주 52시간을 넘게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 지금의 경직적인 연장근로체계를 개선해 각자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운용하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땜질식 임시방편으로 지난해 4월 보완된 유연근로제는 절차와 요건이 복잡해 현장 활용률이 10%에도 못 미친다. 무엇보다 지금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인력 부족 인원은 60여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외국 인력 공급이 끊긴 탓도 있으나, 현장을 외면한 근로시간 단축이 인력 공백을 키운 영향도 크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총인구는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선진국의 근로시간 규제는 기술 발달과 생활방식이 변한 상황에서 경직된 표준시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제시하되 노사 협의로 조정하는 것을 유연하게 허용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대한 세세한 규제가 더는 정부의 역할이 아님을 시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도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너무 가혹하다.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프랑스는 벌금형만 있다.
정부는 최근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이끌 태스크포스(TF)로 노동법, 사회복지 등 노동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했다. 연구회는 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심각한 곳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되, 규제는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경쟁국들과 달리 유연성이 떨어지는 근무제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 경제의 체질이 망가지고 시스템이 훼손되는 것을 수정·보완하지 않는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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