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계 용어였던 알박기가 노무현 정부 이래 정치권 용어로 일반화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이 당선인과 상의 없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고위공직자로 임명해 버리는 염치없는 관행이 노 대통령 때부터 5년 단위의 연중행사가 됐고,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구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에 당선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사회장, 중소기업은행장 등 9명의 공기업 기관장 임명에 거칠게 반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대대적인 알박기 인사를 단행해 ‘내로남불 정권’의 오명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350개 공공기관 중 약 70%가 윤석열 대통령과 1년 이상 함께 일해야 한다. 공기업 36곳 중 30곳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고, 절반이 2년 이상 남았다.
알박기는 단순하겐 측근들에게 고액 연봉 일자리 챙겨주기이지만, 대선 불복이자 신정권 타도 투쟁으로 볼 수 있다.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볼썽사나운 알박기는 상식과 양식의 문제인데, 대법관·헌법재판관이나 감사위원 같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의 직책은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당선인과 상의해 임명하는 게 옳고, 정무적이거나 비전문적인 공공기관장들의 인사는 가급적 자제하는 게 맞는다. 퇴임 1∼2년 전에 임명됐더라도 새 대통령 임기 시작을 전후해 물러나는 게 ‘상도의’에 부합한다.
지금은 ‘플럼 북’(Plum Book)을 통해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대통령의 정치적 임명직을 제도화한 미국이지만, 건국 초기에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엽기적인 알박기가 있었다.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판권을 갖는 시초가 된 ‘마버리 대 매디슨’ 사건의 계기인데, 연방파인 애덤스 대통령이 임기 종료 하루 전인 1801년 3월 2일 법원조직법을 통과시켜 연방판사의 수를 늘리고 워싱턴DC 구역의 연방법원 판사 42명을 모두 연방파 사람들로 임명했다. 하루 뒤 애덤스가 임명장에 서명했지만, 그다음 날 취임한 공화파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임명장 전달 금지를 명령했고, 새로 임명된 판사 중의 한 명인 마버리와 다른 세 명은 임명장을 교부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무효라고 판결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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