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6일 와이오밍 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오는 9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7월의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세가 둔해졌지만, 이로써는 물가 오름세가 꺾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강력한 금리 인상을 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오는 9월의 0.5∼0.75%포인트 인상과 내년 초에 4%대 금리를 예상하고 있다.

작금의 스태그플레이션은 2007∼2008년의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로 풀린 돈이 경제를 망친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불황은 돈을 풀어 망가진 경제를 치유하는 희망의 기간이라는 사실, 즉 경제의 소비구조와 공급구조가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도록 다시 맞추는 기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불황을 극복해야 할 불행으로 여긴 탓이다.

이른바 주류 경제학에는 경기순환 이론이 없다. 즉, 사람들이 미래의 자원을 현재의 자원에 대해 할인하는 시간 선호에 기초한 주관적 이자율에 대한 이론이 없어 저축으로만 얻을 수 있는 자본재와 자본에 대한 이론이 없다. 기업가들이 이자율에 입각해 만드는 생산구조에 대한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돈을 풀어 이자율에 생긴 변동이 생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 줄이는 샤워실의 바보 노릇을 계속하는 근본적 이유다.

어쨌든 한국 등의 금리 인상 정책은 맞다. 그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턱없이 낮아진 시장 금리를 사람들의 주관적 이자율에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주체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선 먹기에는 곶감이 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하다. 그래서 지금 진행 중인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은 시작에 불과하다. 돈을 풀어 망가진 생산구조를 바로 잡아 소비구조에 맞추는 일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오투자는 청산되고 잠식된 자본은 복구돼야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동안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실업 증가는 필연이다. 이를 못 이기고 다시 돈을 푸는 유혹에 빠진다면 미래의 고통은 가중된다.

금리 인상의 효과를 가급적 이른 시간에 얻으려면 시장의 조정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청산돼야 하는 기업에 대출하는 정책, 높은 임금 수준과 떨어지는 물가를 떠받치는 정책, 소비 증가와 저축 감소를 조장하는 정책, 조세와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정책, 실업 보조금 지급 정책 등은 모두 풀린 돈으로 말미암아 경제에 쌓인 쓰레기 치우는 일을 방해하는 것들이다.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 풀린 돈을 물가가 오르기 전에 손에 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돈 풀기 이전보다 더 궁핍해진다. 풀린 돈을 저축 증가로 착각함으로써 빚어지는 과오투자는 자원 낭비이고, 부풀려진 자산 가격을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해 써 버리는 자본 잠식은 경제의 생산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하거나 저축한 것 이상으로 투자해 자본재를 만들 수 있는 인간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돈을 풀면 그런 것들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은 신기루일 뿐이다. 지금의 금리 인상은 정상(正常) 궤도로 돌아가는 과정이고,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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