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관련공무원 상대
구상권 청구는 실현성 낮아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소송에서 일부 패소하면서 4000억 원에 가까운 배상금과 이자를 물어낼 처지에 처했다.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중재판정부가 31일 판정한 배상금 2925억 원에 2011년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추산되는 이자 약 1000억 원을 합친 액수다.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 약 6조 원의 4.6% 규모지만, 국민 세금을 들여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적잖은 규모다.

정부가 ISD에서 져 수천억 원대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론스타 건은 다른 기관과 관련 없이 정부가 단독으로 국고를 들여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나 금융위원회 등 관련 공무원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4000억 원가량을 한 번에 당장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ISD에서 졌던 이란 다야니 가문 사건의 경우 판정은 2018년 6월 나왔으나 정부는 취소 신청 등 각종 절차를 거친 끝에 근 3년 만인 올해 4월에 돈을 보냈다. 정부는 이번에도 ICSID 판정에 대해 120일 이내에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판정 취소는 중재판정부가 적절히 구성되지 않았거나 권한을 명백히 이탈했을 때, 기본적인 심리 규칙에서 중대한 이탈이 있었을 때 등 요건에 해당해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판정 취소를 신청한다 해도 다야니 가문 사건 때처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배상금 지급까지의 기간만 길어져 이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론스타 측과 분할 지급에 대한 협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배상금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배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액수가 조 단위까지는 아니기에 추경 편성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내년도 예산안 브리핑 때 ‘ISD에서 패소해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에 나름대로 대응체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의 결과가 나오든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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