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변호사, 前 국회의원

李 욕하고 尹 감싸는 여당 의원
해결 도움 안 되고 본질도 외면
제명은 어리석고 치졸한 방법

책임 추궁에도 공평성 안 보여
이제라도 포지티브 경쟁 필요
약자와 동행 같은 담론 살려야


요즈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을 만나보면 이준석 전 대표 욕을 많이 한다.

‘당 대표가 선거 때 두 번이나 선대위를 이탈했다. 이 전 대표가 주도한 이른바 ‘이대남’ 캠페인은 득표에 도움이 안 됐다. 성 상납 의혹이나 증거인멸 논란은 명백히 이준석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다.’

그에 비해 가출(?)한 이 전 대표를 울산까지 찾아가서 화해하고, 대표 사퇴 결의가 논의되던 의원총회장에서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윤석열 대통령은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한다. 이런 논리를 펴며 ‘비상 상황’의 책임을 이 전 대표에게 돌린다. “당의 위기가 무엇에서 출발했나.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무마 시도가 중앙윤리위에서 징계받으면서 촉발된 게 주지의 사실”이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미안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은 이준석이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날 모여서 이 전 대표를 비난하고 윤 대통령을 찬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준석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서로 무시하고 싫어한다는 데 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지금의 비상 상황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나머지는 이 전 대표를 축출하려고 가져다 붙이는 이유에 불과하다. 제대로 대처하려면 진짜 원인을 직시하고 출구를 찾아야 한다. 국민의힘에 세 가지 전략적 착안점을 제시해 본다.

첫째, 이 전 대표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윤리위에서 개인적 치부를 공격하는 방식은 정치적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낮은 차원의 해법이다. 치졸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라도 극렬히 저항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당 대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다른 길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대선과 지선을 치르면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렸고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던 이 전 대표로서도 다른 선택을 고려했을 수 있다. 분란을 일으킬 명분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는 힘과 정당성을 가지고 대응할 능력이 있다. 그런 상대와 불필요한 싸움을 벌여서 상처를 입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지금이라도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둘째, 책임 추궁은 최소한 외견상으로 공평해 보여야 한다. 이 전 대표의 이대남 캠페인이 선거 때 오히려 여성 표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른바 ‘윤핵관’이나 현 정부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한 검찰 출신 인사들의 공(功)은 무엇인가. 윤핵관들은 국민의 지지가 높았던 윤석열 후보를 입당시켜서 자기들 편으로 만들었을 뿐 집권한 후에 무엇을 할지 구상이나 계획을 보여준 일이 전혀 없다. 집권 과정 내내 제 사람 심기에만 몰두했을 뿐이다. 검찰 출신 인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현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 요소로 첫손에 꼽히는 인사와 검증이 이들의 책임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선거 때 별 도움이 안 됐다고 비난하면 누가 공평하다고 하겠나. 일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근본적 인적 쇄신 없이는 명분에서 계속 이 전 대표에게 밀릴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윤 정부가 5년 동안 무엇을 할 건지 포지티브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한 지 100일 남짓이 됐는데, 도대체 국정의 목표가 무엇인지, 대한민국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선거 초반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약자와의 동행’과 같은 큰 이야기를 살려야 한다. 새로운 이슈 제기가 없으면 언론의 헤드라인은 계속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국민의힘 당원도 아닌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의 과정이 국민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를 두고 온갖 보기 민망한 장면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국민은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고통받고 있다. 집권 여당의 시간은 공적인 것이다. 공적인 자원을 허비하는 것은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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