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워크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소소의책

신발이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결국 지구를 멸망의 위기로 이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저자는 신발 산업이 가난한 사람과 동물을 착취하고, 또 지구를 착취하는 아수라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 이웃을 살리기 위해, 지구가 살아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유예하기 위해 지금 당장 로고가 새겨진 우리 각자의 신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구 상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생물은 인간뿐이다. 그리고 신발은 필요재에서 소비재로 변화했고, 가치 측정의 척도로 작용한다. 연예인이 기업과 협업한 한정판 신발을 뽐내고, 이를 사고팔며, 소셜미디어에다 자랑하는 ‘스니커콘’ 같은 행사가 태어난 배경이다. 신발은 필요성과 동떨어진 채 자존감, 사회적 지위 및 조작된 욕망이 들끓는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되고 말았다.

저자는 현대의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통해 이러한 신발 산업의 허상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여기서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적 약자이다. 세상의 모든 신발은 인간 노동력의 산물이고, 기업들은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신발 산업을 유지한다. 자본주의가 기능할 수 있는 것은 낮은 임금과 그보다 낮은 규제를 추구하는 세계화된 자본주의를 통해서란 저자의 지적. 신발은 세계화의 추동력인 동시에 결과물로서 우리 세계의 상호의존과 불평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너무나 많은 신발이 생산되고, 또 버려진다는 사실도 문제다. 책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매일 6600만 켤레, 연간으론 242억 켤레의 신발이 만들어졌다. 엄청난 규모의 신발 생산이 모두 공장에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고자 재택노동자를 양산했다. 저자는 재택노동자를 신발의 ‘세계화를 떠받치는 비밀의 기둥’이라고 부른다. 기업들은 수천만 인구를 싸구려 노동력의 원천으로 전락시키며 착취를 이어가고, ‘생산의 거미줄’로 세계를 포위한다.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희생되는 도살 산업과 연결되는 신발 가죽 생산의 현실도 충격적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동물의 육체와 노동을 착취하는 데 너무나 무겁게 의존하고 있다며, 신발의 소재가 되는 가죽을 ‘죽음의 조각들’이라고 칭한다.

또 가죽 생산은 동물의 개별적인 아픔을 넘어 지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소는 ‘세계의 허파’인 아마존강 열대 우림을 밀어낸다. 더 많은 스테이크와 신발을 위해 지구는 호흡기를 떼고 있는 셈이다. 364쪽, 2만1000원.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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