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1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아산정책硏과 ‘北화생무기’보고서 낸 베넷 랜드硏 선임연구원

“北주민 궁핍해야 통제 쉬워
김여정, 군부 의식 극단적 발표

한국 독자 핵무장은 비용 낭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이유는 자국 국민이 궁핍하고 고통을 겪어야만 통제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윤 대통령 또한 김 위원장이 그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목적은 북한이 협력을 원하는 경우 지원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데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막말’로 윤 대통령의 구상을 거절한 것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여동생(김 부부장)을 반대하는 자국 내 군부 등 강경파를 의식해 극단적 발표를 하도록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넷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절대 없다”며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패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는 점이 크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북핵 대응에서의 한·미 공조 강화를 강조하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 ‘휴민트’(HUMINT·인적정보) 첩보, 미국은 드론·위성 정보로 협력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했다. 또 “한국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탐지 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운용과 미국의 핵 억지력 간의 협업이 두 번째 과제”라고 했다.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 베넷 연구원은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을 상기하면, 북한을 겨냥하는 핵무기 시설을 한국에 배치하는 경우 여론이 어떨지 상상해보라”며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비용 면에서 낭비”라고 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핵 외에도 생화학무기·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전면전을 상정하면 북한은 분명히 생화학무기를 쓰기 때문에 위험 정도가 크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 발표한 ‘북한의 화생무기, 전자기펄스(EMP), 사이버 위협: 특성과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북한은 평시 생화학무기와 EMP 등 기타 대량파괴무기(WMD)보다는 핵무기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서도 “미래에는 전자를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화학무기를 2500∼5000t을 보유했다고 추정했고, 생물학 무기 규모와 EMP 공격 역량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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