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보훈처장, SNS에 "아버지는 나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저의 영웅"
"32만 5000명 월남전 참전 용사들도 국가의 영웅"… KBS 편파방송 질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페이스북 캡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페이스북 캡처


"저는 국가보훈처장이기 전에 월남 참전 전사자의 아들입니다. 저는 7살 때, 아버지를 월남전에서 여의었습니다. 아버지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늘 나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저의 영웅이셨습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런 아버지 덕분입니다. 제가 학살자의 아들이 아니라, 참전 영웅의 아들이듯,(베트남전에 참전한) 대한민국 32만5천 명의 젊은 장병들도 국가의 부름에 한 번뿐인 청춘을 바친 영웅들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베트남전(월남) 참전 전사자 아들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5일 페이스북에 올린 ‘참전용사들은 학살자가 아닙니다’는 글이 KBS의 편파방송을 질타하며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 보훈처장은 SNS를 통해 "32만천명의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가족 모두를 욕보인 KBS ‘시사멘터리 추적’팀에게 정중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그는 "참전용사들도 전쟁 영웅이기에 앞서, 전쟁 피해자들"이라며 "나라의 부름에 젊음과 생을 바치고, 조국 발전에 밑거름이 된 희생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인 4일 보훈처는 KBS가 ‘시사멘터리 추적-얼굴들, 학살과 기억’ 프로그램에서 베트남전 참전 국군들을 다룬 것과 관련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입장문을 냈다. 베트남전 참전유공자들도 대규모 항의 집회 등을 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 처장은 "최근 KBS가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월남전 참전용사 모두를 학살자인 양 매도하는 편파적인 방송을 했다"며 "어느 피해자 일방의 목소리 만을 전달하고, 그것이 전부인 양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 KBS가 대한민국 국민 32만5000명을 학살자로 모는 현실에서,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KBS 수신료 고지서를 받고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적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이라면, 전쟁의 비극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전쟁의 한 단면만을 침소봉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처장은 "전쟁은 그렇듯 간단히 설명될 수 없고, 어느 한쪽의 경험과 기억만으로 치환될 수도 없다"며 "전쟁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영광의 기억이든, 고통의 기억이든 우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여전히 현재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에 무분별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통해 선정적으로 소환되고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보다 큰 틀에서 전쟁의 비극을 성찰하고, 공동체 모두의 아픔을 진지하게 보듬어야 하며, 전쟁의 복합적인 양상과 다층적인 국면을 알지 못한 채, 단편적인 이해로 섣불리 접근한다면 공동체의 미래에도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고 KBS의 편파방송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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