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 “글로벌 1위 중국 막아라”… 견제 나선 국가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최강자는 단연 중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등록 대수는 784만2830대로 2위 미국(206만4470대)에 비해 약 3.8배 많았다. 올해도 흐름은 비슷하다. 중국 전기차업체 선두 비야디(比亞迪·BYD)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일명 ‘신에너지 차량’을 64만1350대나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5%가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32만3519대에 달한다. 특히 비야디는 올해 총 60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반기 새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보조금 지급과 취득세 감면 등 화끈한 지원을 펼쳤다. 그 결과, 현재 중국 신에너지 차량 관련 기업은 53만 개로 3년 만에 28만 개(112%)가 늘었다.
獨·英·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
전기차 보조금 줄이거나 없애
가디언 “사실상 中 견제하는 것”
美 인플레이션법 전기차 혜택서
중국산배터리 사용차 완전 제외
中은 미국 현지에 공장 지어 대응
미국과 유럽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을 겪으며 기후위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친환경을 표방한 중국 전기차의 자국 시장 유입은 미국과 유럽엔 큰 위협이 됐다. 때마침 터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경제 냉전이 격화하자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단순한 판매 경쟁이 아닌 자존심 싸움터가 됐다. 미국은 결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칼을 빼 들어 중국산 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없앴다. 유럽은 자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중국 전기차 견제를 위해 보조금 축소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를 겨냥한 이 같은 조처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다수다.
◇유럽 “전기차 보조금 삭감”… 사실상 중국 견제용 = 칼은 유럽이 먼저 뽑았다. 전기차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보조금을 줄인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중국 전기차 견제 의도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독일 정부는 지난 7월 말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4년까지 보조금 명목으로 할당된 34억 유로(약 4조6124억 원) 예산을 모두 사용하면 인센티브는 소진된다. 현재 4만 유로 미만 전기차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6000유로 보조금은 2023년 4500유로, 2024년 3000유로로 줄어든다. 기업 보유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즉시 폐지하기로 했다. 영국은 2011년부터 이어온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올해 종료했고, 노르웨이는 5월 전기차 통행료와 주차료 할인 혜택을 줄였다.
유럽 각국은 이 같은 조처에 “전기차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어 더는 보조금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도 “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정부 보조금은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 등 외신은 “이는 표면적인 설명일 뿐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공급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사업을 다시 살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디젤차 제조에 방점을 찍어온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반발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전기차 세액 공제 확대… 단 중국산은 빼고!” = 미국도 중국 전기차 견제에 나섰다. 미 하원은 지난달 12일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총 730페이지에 달하는 법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바로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 보장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0% 감축하자는 목표로, 3750억 달러(약 503조625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는데 여기엔 전기차 보급 확대 견인을 위해 중고차에 대당 최대 4000달러, 신차엔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조건이 까다롭다. 미국에서 조립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배터리 핵심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2024년 50%, 2027년 80%로 점차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흘 뒤 법안에 서명하면서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법안”이라고 치켜세웠다.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던 한국에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 법안의 칼날은 중국을 향해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중국산 핵심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배터리의 원료와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오는 차에 대한 지원을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 억제와 미국 내 제조 기반 확대를 목표로 반도체 사업에 520억 달러(약 70조8760억 원)를 투입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도 만들었다.
◇중국 “미국에 공장 지어 대응”… 미 법안 둘러싼 갈등에 내심 미소 = 중국 당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차량용 전지 시장 세계 1위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터리 생산지를 미국으로 바꿔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계획으로, 2026년까지 미국 켄터키주에 공장 건설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롄위보(廉玉波) 비야디 부총재는 CGTN에 출연해 “우리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좋은 친구”라며 “(비야디는) 테슬라에 배터리 상품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대응은 그들에게 맡기겠다는 심산이다. 완성 전기차 기업인 상하이우링(上海五菱)도 인도네시아에 새 공장을 지어 ‘탈중국’ 제조를 선언했다.
외교적으론 미국과 다른 국가 간의 사이를 벌리는 전략을 택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런민르바오(人民日報) 계열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지난 3일 사설에서 “한국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배신이자 등에 꽂은 칼로 여긴다”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의 지지대인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환상이 또 한 번 깨지는 실망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고 썼다. 이어 “미국, 그리고 동맹의 가치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 더 종합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교훈이 됐다”고 주장했다.
손우성 기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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