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 시화공단 가보니

원자재값 급등에 고금리 등 악재
작년엔 일했지만 올 추석은 쉬어
中企 37%만 “상여금 지급 예정”


안산=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올해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은커녕 선물세트조차 지급하지 못하게 됐네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일할 직원들도 부족해 보는 것처럼 작업장이 한산합니다.”

지난 5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화공업단지.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A사 간부 박모(44) 씨는 “최근이 오히려 지난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보다 힘든데, 실제 매출 실적이 35∼40%가량 급감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직원들이 30∼35명은 돼야 작업장이 제대로 돌아가는데, 현재는 20명 정도여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3개월 전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한 채용박람회에도 참가했는데, 4시간 동안 면접자가 단 한 명에 그쳤고 그마저도 채용에 실패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 연휴(오는 9∼12일)를 앞둔 가운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악화와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등 복합 악재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기업이 회사 자금 사정이 어려워 직원들에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0∼23일 9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37.3%만이 올해 추석 상여금에 대해 ‘지급 예정’이라고 답했다.

6일 관련 업계와 중기중앙회 등에 따르면 국내 3150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9월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월 대비 4.7포인트 오른 83.2를 기록해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으면 어려워졌지 나아진 게 전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SBH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업체가 더 많다는 걸 뜻한다.

전기·전자 부문 제조업체 B사 직원 송모(39) 씨는 “월급은 이미 수년 전 삭감돼 계속 동결 상태고, 명절 상여금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추석 연휴 때도 공장이 계속 가동됐지만 올해는 일이 없어 처음으로 쉬게 돼 시급제 직원들의 걱정이 크다”고 했다. 화학 분야 제조업체 C사 간부 김모(48) 씨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최소 5억∼10억 원가량의 대출을 안고 있어 금리가 1∼2%만 올라도 부담이 상당하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피부에 와닿는 이자 부담 완화 정책을 시행하길 요청한다”고 했다.

공단 지역 식당들도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한 식당은 ‘인건비와 식자재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7월 1일부로 식대를 5500원으로 인상한다’고 안내했다. 식당 주인 임모(여·48) 씨는 “어려운 중소기업 사정을 고려해 주저하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음식 값을 500원 올렸다”며 “지난해보다 식당을 찾는 공단 직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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