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상 표준안’ 발표
“추석 차례상에 꼭 전을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충분합니다.”
유교 본산인 성균관의 의례정립위원회가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추석 차례상을 간소화한 표준안에 따르면, 상에 올릴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전(煎)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름진 음식에 대한 기록은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고 성균관 측은 소개했다.
그간 차례상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 순서로)’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을 차릴 때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경전 ‘예기(禮記)’에 따르면 대례필간(大禮必簡), 즉 큰 예법은 간략하다고 했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紙榜) 외에 조상의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의 선후(先後)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면 된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바랐다.
한편, 성균관 측은 이번 표준안을 대국민(일반 1000명, 유림 700명) 설문조사 결과와 예법 등을 두루 고려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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