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최우영(1965∼2013)



올 곧은 기개(氣槪), 격 있는 논조(論調), 최우영이 그립다. 경기도청에서 홍보팀장으로 일할 때 함께 술자리를 하던 기자가 뜬금없이 한마디 던졌다.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괜찮지요?”

그는 성격이 깔끔한 데다 강골로 소문난 출입 기자였기 때문에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공무원을 만났지만,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분은 처음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겐 선배라고 부르지만, 팀장님은 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흔쾌히 응했다. 고맙기도 하고, ‘마음을 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사는 동네가 같아 함께하는 술자리가 많아졌다. 기자와 공직자를 떠나 각별하고 소중한 인연이었다.

세월이 흘러 경기 파주 부시장으로 일할 때 ‘다산청렴봉사대상’을 받게 됐다. 많은 사람이 축하의 덕담을 건네면서 술 한잔 사라고 했다. 술자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쓴 글을 책으로 엮어 선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를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진다’로 정하고 사회부장으로 일하던 그에게 추천의 글을 청했다.

“형! 모시던 도지사도 있고, 아는 분이 많잖아요.”

“무슨 소리야! 최 부장이 나를 잘 알잖아.”

그의 추천사는 압권이었다. 기자니까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는 게 당연했지만, 사람들은 한결같이 최 부장 글을 읽으니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그는 나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술친구였던 그가 술 한잔 걸치고 진솔한 마음을 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훗날, 글을 써준 답례품으로 술 한 병을 들고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폭탄주로 바뀌고야 말았다. 역시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술친구다웠다.

그는 경인 지역에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현상을 보고 폭넓은 대안을 제시하는 기자로 명성이 높았다. 이런 그가 2013년 기자로서는 최고영예인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는데 공교롭게도 그해 8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후배들은 추모비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자 최우영’이라는 표제로 유고집을 펴냈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는 책 머리글이 그의 인간 됨됨이를 말해주고 있다.

유고집은 ‘최우영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그가 생전에 특종 보도했던 기사 모음,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부모, 자녀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마지막 편지’, 아버지와 아내, 아들과 딸 등이 고인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 생전의 모습이 담긴 화보, 연보 등의 순으로 구성됐다. 조용필의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을 즐겨 불렀던 그는 죽음을 예감하고 부모와 자식들에게 2통의 편지를 남겼다.

엊그제 부슬비가 내리던 날, 그의 어르신과 막걸리 잔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어르신의 입에서 최우영 부장 이야기가 나오더니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 짐짓 모르는 체하던 나도 잠시 화장실로 피난(?)을 다녀와야만 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가슴에 새겨진 아픈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리라! 우영이 아우님! 하늘나라에선 어찌 지내시나? 근심 걱정 없는 곳이라니 이승에서 맺힌 모든 한(恨)을 내려놓고 여여하게 지내시게! 훗날 그곳에서 만나 못다 한 이야기 가득 담긴 술을 거하게 기울여 보세!

홍승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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