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과연 의료강국일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손쉽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료 접근성이 국제적으로 재조명받긴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기술적 측면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미 강국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의료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로 본다면 의문부호가 남는다. 정부가 모범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랑해 왔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먼저, 건강보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내년이면 직장가입자가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율이 처음으로 7%를 넘어선다. ‘문재인 케어’를 시행했던 지난 정부에서 14.2%나 증가한 탓이다. 은퇴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그동안 소득이 감소하는 은퇴자는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면제받았지만, 이달부터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이 연 3400만 원 이상에서 연 2000만 원 이상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은퇴자 27만 명이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 중엔 소득 없이 국민연금 수급액만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된 경우도 2700명 가까이 된다.
문제는 건강보험료로 의료비 부담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에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국민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금액의 비율을 ‘건강보험 보장률’이라고 하는데, 2019년 기준으로 64.2%에 그치고 있다. 국민이 직접 의료비를 부담하는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높다. 지난 정부가 문 케어를 시행하면서 60% 초반의 보장률을 임기 내 7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하고 적용 대상을 늘렸지만,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한 탓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비교한 결과 한국 가계의 의료비 부담은 가계 소비 지출 대비 6.8%로 그리스(7.4%) 다음이었다. 특히, 노인 단독 가구는 의료비 지출비율이 14.9%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하고 있다. 건보 지출 규모는 2010년 34조 원에서 2020년 73조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쌓아온 적립금은 2029년이면 모두 소진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술한 재정 관리 탓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연간 150회 이상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는 18만9224명이다. 여기엔 1232명의 외국인이 포함돼 있고, 이 중 1024명은 중국인이다. 모두 건강보험 환자로 1조9604억 원의 건보 재정이 쓰였다. 불필요한 진료를 과도하게 받는 이른바 ‘의료쇼핑’ 환자들로 인해 재정이 낭비된 셈이다. 지난 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한 초음파·MRI 진료비는 3년 새 10배로 늘었다. 모두 필요한 진료였을까. 상당수 의료기관이 낮은 수가를 보전한다는 명목으로 진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보다 환자 수를 늘리는 ‘다다익선’ 태도인 것도 문제다. 건보제도 허점은 그 외에도 수없이 많지만, 건보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줄줄 새고 있는 건강보험 곳간부터 재정비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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