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전문기자 사프로노프, 국가반역혐의 기소 러, 우크라 침공 이후 반정부 언론인 통제 강화
국가반역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전직 기자 이반 사프로노프가 5일 모스크바 시법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시법원이 5일 국가반역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기자 이반 사프로노프(32)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국가반역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았다.
타스통신 등 외신은 이날 사프로노프가 러시아 형법 275조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사프로노프는 2010년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코메르산트’ ‘베도모스티’ 등 일간지에서 군사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2020년 5월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공보 담당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개월 뒤 체포됐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사프로노프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구소련권 국가와 중동·아프리카 국가에 군사 자료를 비롯한 기밀 정보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7년엔 중동에서 활동하는 러시아군과 관련된 정보를 체코 정보 요원에게 전달했고, 최종적으로 미국까지 보고됐다고 봤다. 이에 사프로노프는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24년을 구형하며 혐의 인정 시 구형량을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사프로노프는 거절했다.
러시아 독립언론과 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불공정하며 정치적 동기에서 이뤄졌다"며 "언론 활동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방청석에선 재판을 지켜보던 50여 명의 지지자가 "사프로노프를 석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사프로노프에 대한 혐의 대부분은 공개된 자료를 통해 제기됐고, 외국인과 접촉했다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정부 언론인을 잡아 가두는 등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법원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설립 자금을 지원한 러시아 유력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 인쇄 허가를 박탈했다. 법원은 노바야가제타가 2006년 소유권 변경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이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바야가제타에선 2000년 이후 6명의 언론인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