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대만의 韓투자 가로채
“동맹에 너무 비정” 비판 거세


임정환 기자,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산 전기차를 제외하며 한·미 양국이 협상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협상이 연기돼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두 협상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칩4 협상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한국 측 입장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만 기업의 한국 투자를 가로챈 사실도 공개, ‘동맹에 비정한 미국’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며 전기차와 칩4와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예비회의 일정이 이달 중·하순 정도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해당 회의는 노동절(5일) 연휴 전후로 열릴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대해 참가국 간 일정 조율과 같은 실무적인 이유에 더해 협력 강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한국 내 여론도 개최 일정 지연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산 전기차를 차별했는데 한국이 미국에 순순히 협조해야 하느냐는 여론이다.

정부도 전기차 협상과 칩4를 연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IRA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 회의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다른 경제 협력 논의를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착착 진행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전기차 세액공제 제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칩4 회의 연기와 전기차 협상과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별도의 해명자료를 통해 “칩4와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톤을 낮췄다.

한편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압박은 전방위로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러몬도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내년 2월 이전에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지원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소개한 뒤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은 그 돈을 중국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이를 위반하면 지원금은 회수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또 러몬도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당초 한국에 투자하려 했던 대만 글로벌 웨이퍼스를 설득, 50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행 투자를 미국이 가로챘다는 의미여서 전기차와 칩4를 연계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정환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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