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시절엔 출신지역 특산품 노무현 때부터 지역화합 메시지 후임 대통령 관행으로 자리잡아 문재인 때는 코로나의료진 격려 윤석열 ‘술 없는 선물구성’ 눈길 누리호 발사 관계자에게도 전달
대통령이 명절을 맞아 각계각층으로 보내는 선물의 면면에서는 대통령의 스타일은 물론 시대상도 묻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0일 추석 선물로 전남 순천시 매실청·전북 장수군 오미자청·경기 파주시 홍삼양갱·강원 원주시 볶음 서리태·충남 공주시 맛밤·경북 경산시 대추칩 등으로 구성됐다. 대통령 비서실은 “윤 대통령의 첫 명절 선물은 각 지역의 화합을 염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스 겉면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 바로 아래 ‘김건희’라고 적혀 있는 선물은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공헌한 각계 원로, 호국 영웅과 그 유가족, 사회적 배려계층, 누리호 발사 관계자 등 1만3000여 명에게 전달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왔던 미래산업 성과와도 연관성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약자 복지론’을 들고나온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2동에서 홀로 사는 80대 여성의 집을 찾아가 해당 선물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선물 구성은 술이 없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차이점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설 명절 코로나19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 등 약 1만5000명에게 경기 김포시 문배주 또는 꿀·전남 광양시 매실액·경북 문경시 오미자청·충남 부여군 밤 등 특산품 선물을 보냈다.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당시 코로나19 피해를 겪어 왔던 국민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이룬 것이 많다”며 “새해는 호랑이처럼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를 연하장에 담았다. 다만 대상자가 그 선물을 반송했던 ‘해프닝’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아이보시 고이치 당시 주한일본대사가 선물 상자의 겉면에 독도로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이유로 선물을 받을 수 없다며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물로 ‘지역 화합’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추석 선물로 지리산 복분자주·경남 합천시 한과 등을 준비했다. 당시 청와대는 “호남과 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고 설명했고 이 같은 구성은 후임 대통령들의 재임기 동안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이 같은 선물 구성을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의 명절 선물 10번 중 9번에는 각 지역의 전통주가 포함됐다. 2004년 충남 서천군 한산소곡주·2005년 경기 김포시 문배주·2007년 전북 전주시 이강주 등이 지역 특산품과 함께 전달됐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역 특산물을 애용했다. 2013년 추석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육포·찹쌀·잣 세트, 2014년에는 육포·대추·잣 세트 등을 담아 배송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첫 선물로 강원 인제군 황태·충남 논산시 대추·전북 부안군 김·경남 통영시 멸치 등을 선물로 보냈다. 이 전 대통령이 불교계에 이 같은 특산물 대신 다기 세트를 보낸 것은 살생을 금지하는 교리를 고려해서였다. 육포를 즐겼던 박 전 대통령도 불교계에는 육포 대신 호두를 보냈다.
김대중(DJ)·김영삼(YS) 전 대통령 시절에는 각자의 출신 지역에서 난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멸치’라는 별칭까지 얻었을 만큼 재임 전후 이 품목만 선물하기로 유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났던 김·한과·녹차 등을 선물로 골랐다.
전두환·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봉황 문양을 새긴 나무 상자에 담은 인삼 등 1가지 품목을 주로 담거나 이색 선물을 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1983년 신문 집배원, 광부 등에게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는 명목으로 방한복을 지급했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당시에는 권위주의 느낌이 나는 ‘각하’라는 표현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군 장병들이나 서민층에게 담배를 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격려금, 즉 현금을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국회의원에게 귀향활동비 명목으로 보낸 현금에 대해 일부 의원이 너무 적다고 반발하거나 ‘몰아주기’ 고스톱을 의원회관에서 벌인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