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과학 - ‘맛있는 과학’
저장식품 먹는 동물 있지만
가공하는건 인간이 유일해
그 자체가 과학·문화 과정
‘먹는다’라는 인간의 원초적 행위를 3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살펴보자.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먹는가 하는 질문이다.
우선, 인간은 왜 먹을까. 이는 생물을 정의(定義)하는 질문과 통한다. 생명, 즉 살아 있다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의미한다. 독립적인 개체로서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서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지속 가능성이 생존이다. 쉽게 말해 살아남는 기능이다. 일단 살아남으려면 자신과 닮은 후손을 남겨야 한다. 번식 또는 재생산(reproduction) 기능이다. 살아남아 후손을 남기는 데 성공하면 생명은 짧은 수명이란 시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영속적인 존재가 된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인간은 왜 먹을까. 인간도 생물이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먹는다. 먹는 영양분의 30% 정도는 만약을 위해 저장하기도 한다. 먹는다는 행위는 살아가는 힘이다. 그런데 인간은 생물학적 생존과 번식뿐 아니라, 특히 즐거움·소통 같은 감정과 문화적 배경 때문에 먹기도 한다.
둘째, 인간은 무엇을 먹을까. 생물은 독이 없고 영양이 풍부한 먹을거리를 골라내기 위해 감각 기관이 탄생하고 발달했다.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색깔을 확인하며 귀로 씹히는 소리를 듣는다. 입으로 삼키고 혀로 맛보지만 사실은 이렇게 오감의 감각 기관들이 총동원된다. 그래서 무엇을 먹을까, 먹지 말까 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기 몸의 신호에 주목하라. 먼저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불필요한 자극을 걷어내고 고요하게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라. 그리고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먹는 본능을 찾는 데는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인간이 혀로 느끼는 맛은 고작 5가지에 불과하다. 수만 가지 다양한 풍미는 향에서 온다. 냄새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다. 유일하게 후각만이 별도의 통로를 통해 뇌에 직접 전달된다. 코를 단련하면 1차 식재료 검증 관문을 만들 수 있다.
셋째, 인간은 어떻게 먹는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날것 그대로 자연의 영양분을 취한다. 고등 포유류 중에 가끔 도구를 사용하거나 저장 후 먹는 행동은 관찰되지만 요리의 탄생은 인간 사회에서만 일어났다. 요리(料理)란 사전적 의미로 헤아려서 다스림을 의미한다. 조리(調理)도 비슷한 말이다. 불과 물을 요리조리 조화시키는 일이다. 열을 가해 식재료 내부의 수분을 극적으로 변화시킨다. 요리는 결국 야생의 동식물 식재료를 보다 소화하기 쉽게, 맛있게 먹도록 가공하는 과학적·문화적 행위이다. 자르고 으깨고 다듬는 물리적 변형을 가하거나 열과 산 등으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면 훨씬 먹기 쉬워진다. 소화란 우리가 먹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기다란 분자 사슬고리를 끊어 영양분이 더 자잘한 당과 아미노산, 지방산의 형태로 소화 기관의 점막에 흡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더 많은 영양분이 흡수될수록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요리의 탄생 배경이다. 그러나 요리는 생존만을 염두에 두진 않는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즐거움을 위해서도 먹기 때문이다. 맛있게, 멋있게 먹으려고 요리가 더 정교해졌다.
식재료를 과학적·문화적으로 가공하는 과정, 즉 요리는 종합 학문이다. 아삭아삭, 폭신폭신 같은 음식의 식감은 물성, 즉 물리적 현상이다. 고소한, 달콤한 음식의 맛과 향은 화학적 현상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생화학적 성분이다. 음식을 먹고 느끼는 행위는 뇌의 생리적 현상이다. 이렇게 요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물리, 화학, 생화학, 미생물학, 생리학, 심지어 인문학적 지식까지 필요하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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