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사흘 앞둔 7일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기자가 추석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구매한 24개 품목이 카트 안에 담겨 있다.
추석을 사흘 앞둔 7일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기자가 추석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구매한 24개 품목이 카트 안에 담겨 있다.

■신혼 기자가 24개 품목 사보니

데친 고사리 400g 1만3920원
1㎏ 3980원 수입산 자꾸 눈길
“살인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
‘차례상 간소화’ 생각 절로 들어


글·사진=권승현 기자

‘국산이나 수입품이나 별 차이 없지 않을까?’

지난해 말 결혼한 뒤 첫 추석 명절을 맞아 차례상 장보기를 자청했다. 애초 30만 원이면 넉넉히 장을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첫 차례상인 만큼 무조건 가장 좋은 물건으로 사자”던 마음가짐은 장을 보면서 ‘국산 대신 수입품’ ‘대형 대신 중형 크기’를 고민하며 자꾸만 약해졌다. ‘살인 물가’에 “차례상 간소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기자는 추석을 사흘 앞둔 지난 7일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24개 품목을 직접 샀다. 그 결과 가격표엔 예산을 훌쩍 넘은 34만90원이 찍혔다. 품목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추석 차례상을 차릴 때 필요하다고 추산한 품목(쇠고기, 돼지고기, 참조기, 명태살, 황태포, 시금치, 대추, 사과, 배, 두부 등)을 참고했다.

체감 물가가 높았던 품목은 채소다. 최근 ‘시금(金)치’라는 별칭이 붙은 시금치는 400g에 1만1960원이었다. 한 단 남짓한 크기인데도 1만 원에 육박하니 선뜻 장바구니에 넣기 꺼려졌다. 데친 고사리(400g)는 1만3920원, 깐 도라지는 1만3910원이었다. 며칠 전 시장에서 본 1㎏에 3980원짜리 수입 고사리가 자꾸 떠올랐다. 참조기(국산)는 3마리에 2만5000원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에 5마리에 1만4000원짜리 중형 크기 참조기를 집었다 놨다 한참 고민했다. 그래도 첫 차례상이니만큼 그럴듯한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에 중형 참조기를 내려놨다.

전통시장은 저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으로 향했다. 대형마트에서 산 제수용품 가격과 비교해 보니 28만2150원이 나왔다.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사과, 배, 단감 등 신선식품이 대형마트보다 많게는 25% 저렴했다. 하지만 식용유, 밀가루, 약과, 유과, 청주 등 가공식품은 대형마트보다 조금 비쌌다. 옆에서 함께 장을 보던 주부 김명희(여·66) 씨는 “제수용 사과는 1만4900원이고 알이 작은 건 9900원인데, 너무 비싸서 굳이 제수용 사과를 사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지난해보다 물가가 비교할 수 없이 오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소비자단체 조사에서도 추석 차례상 물가는 지난해 대비 8.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추석 1주 전(이달 1∼2일)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평균 31만7692원, 전통시장 평균 25만2656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 단체에서 추산한 추석 물가(추석 1주 전 기준)는 대형마트 29만3443원, 전통시장 23만5990원이었다. 살인 물가가 무서워 추석 차례상을 간소화하겠다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회원 103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물가로 음식 준비를 간소화하겠다는 응답이 54.2%에 달했다.
권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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