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복합위기, 新 기술혁신으로 넘는다 - (13) KT&G
담배 스틱 균일 가열로 차별화
유럽 등 25개국으로 시장 넓혀
직무발명보상 등 기술경영 도입
233건으로 유럽 특허지수 3위
대전 = 김호준 기자
7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KT&G 연구·개발(R&D) 본부. 신원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 꼼꼼한 보안 절차를 거쳐 건물 1층에 들어서자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니코틴 등을 측정하는 실험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디바이스와 스틱을 결합한 전자담배를 ‘스모킹 머신’이라는 이름의 원통형 기계에 꽂자 자동으로 흡입 과정이 시작됐다. KT&G 관계자는 “전자담배의 성능과 품질을 검사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며 “신제품 출시 전에는 밤낮으로 전수검사를 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다른 실험실에서는 담뱃잎에서 어떤 성분들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측정하고 있었다. 이 과정 역시 연초나 전자담배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한다.
KT&G는 올해까지 21년 연속으로 한국인정기구(KOLAS)의 담배 분야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KT&G가 발급하는 시험성적서는 국제시험소인정기구협의체(ILAC)에 가입한 100여 개국에서 상호 인정된다. 상품 수출 시 자사 제품의 시험과 인증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번의 시험을 치르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 위험성도 줄어든다. KT&G 관계자는 “KOLAS 인정 제도가 회사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층 실험실에서는 전자담배 디바이스 부품을 제작하는 3차원(D) 프린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KT&G가 도입한 3D 프린터는 미리 설계한 전자담배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부품을 제작한다. 3D 프린터로 작업할 경우, 디바이스 부품을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도 현장에서 바로 제작해 응용할 수 있어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KT&G의 설명이다.
◇차별화한 기술로 5년 만에 국내 전자담배 시장 석권 = KT&G가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담배 시장 후발주자였던 KT&G는 철저한 시장분석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신제품을 바탕으로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전자담배 ‘릴 솔리드’ 1세대와 전용스틱 ‘핏’ 2종을 출시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처음 진출한 KT&G는 이듬해 ‘릴 하이브리드’ 등 신제품을 지속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시장 진출 첫해인 2017년 2%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자담배 스틱 점유율은 지난해 40%, 올해 1분기에는 45.1%로 증가하며 시장을 석권했다. 2분기에도 점유율 47%를 기록하며 2위 업체와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KT&G는 3월 NGP(Next Generation products) 사업단을 ‘NGP 사업본부’로 승격하는 등 조직 인프라 강화에도 나섰다. NGP 사업본부와 R&D 본부의 협력을 통해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서의 성장도 가파르다. 2020년 1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일본 등 3개국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유럽, 중남미 등 다양한 권역으로 시장을 넓혀 현재 25개국으로 진출 국가를 확대했다. 글로벌 전자담배 시장의 격전지로 꼽히는 유럽에서도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G가 단기간 내 전자담배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타사 제품과 차별화한 기술 덕분이다. 대표 제품인 ‘릴 하이브리드’의 경우, 사용자의 흡입 패턴을 디바이스가 인식해 전용스틱 삽입 시 자동 가열이 시작되고, 스틱이 분리되면 자동으로 중단하는 기능을 갖춰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다른 제품인 ‘릴 솔리드’에는 기존 한 겹으로 둘렀던 제품 내 발열선을 M자 형태로 한 번 더 둘러 스틱 전체를 균일하게 가열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흡연감을 유지하는 기능도 더했다.
◇유럽 특허 삼성·LG 이어 3위… ‘글로벌 기업 도약’ = KT&G는 지난 2016년 지식 재산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발명 보상제도 등을 확대하며 기술경영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는 젊은 세대의 신선한 발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특허 위크’ 공모전, ‘찾아가는 특허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과감한 R&D 투자 및 기술 개발을 통해 KT&G는 2020년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협회가 주관한 ‘올해의 지식재산경영기업’에서 특허청장상을, 지난해 ‘제56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는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특허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특허청이 발표한 ‘2021년 대한민국 기업 유럽 특허지수’에 따르면, KT&G는 233건의 특허 출원으로 삼성과 LG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KT&G 관계자는 “미래 담배 산업의 핵심인 전자담배 시장에서 국내 시장 1위 점유율을 지키는 한편, 해외 수출 국가 확대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전자담배 플랫폼의 지속적 개선과 더불어 개발 역량 강화 및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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