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뺀 데 이어, 한국 투자를 검토하던 대만의 첨단 기업을 설득해 텍사스에 공장을 짓도록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동맹이라도 국익은 또 다른 문제라는 냉엄한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지난 6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신규 공장 투자처를 찾던 글로벌웨이퍼스의 도리스 수 최고경영자가 “한국에서 공장 건설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이라고 하자 즉석에서 “거기에 맞춰주겠다”고 약속, 투자를 끌어냈다고 6일 인터뷰에서 ‘자랑’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50억 달러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세계 3위 기업인 글로벌웨이퍼스가 한국 투자를 고려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아무리 정권교체기라고 해도 정부 내 협의는 진행됐어야 했다. 특히 러몬도 장관이 나선 시기는 6월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에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했는데도 대통령실은 꼼짝하지 않았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대한 뒷북 대응도 심각하다. IRA는 지난 8월 7일 상원, 12일 하원을 통과했고 16일 대통령 서명 후 발효됐다. 윤 대통령이 8월 3∼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았던 실책도 뼈아프다. 하원 통과 직전의 막판 대화 기회마저 걷어찬 셈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경제안보 대화도 공허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미국 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한국 오려던 기업을 뺏기면서 ‘경제안보’를 외쳐봐야 헛소리일 뿐이다. 이제라도 통상외교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국가안보실 핵심인사들과 통상교섭본부장은 학계 출신이다. 이런 국가안보실과 산업통상자원부로는 안 된다. 대통령실은 외교 경험이 많은 노련한 협상가들로 채우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은 빨리 외교부로 복귀시키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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