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원, 증오 부추기는 선동적인 책
피고인 "책은 선동적이지 않고, 용기 있는 행동을 기록"

지난해 7월 홍콩 경찰이 압수한 그림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홍콩 경찰이 압수한 그림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과 홍콩을 각각 늑대와 양에 비유한 아동도서를 출판한 홍콩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0일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법원은 이날 선동적 간행물 출판과 배포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홍콩언어치료사노동조합의 라이만링 위원장과 멜로디 융 부위원장 등 5명에게 징역 19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양떼 마을 수호자’, ‘양떼 마을의 용감한 12영웅’ 등의 3권의 아동도서를 펴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마을에 침입한 늑대에 맞서 싸우는 양들의 이야기와 박해를 피해 도망친 양들이 붙잡혀 늑대 마을에 구금된 이야기 등을 담았다.

경찰은 이 책들이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연상케 하고 홍콩 정부에 대한 어린이들의 증오를 부추길 목적의 선동적인 책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어린이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의 집을 빼앗고 행복을 파괴하려는 사악한 의도로 홍콩에 온다는 믿음에 이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법정에서 당당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융 부위원장은 법정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항상 양의 편에 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일하게 후회되는 점은 체포되기 전에 더 많은 그림책을 출판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시드니 응은 "책의 내용은 선동적이지 않고, 정당한 목적을 위해 용기 있는 행동을 기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만링 위원장 등은 지난해부터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와 조만간 형기를 채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진 기자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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