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국가 경제가 좋지 않을 때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적인 화폐와 달리, 달러는 미국 경제가 호황이나 불황 등 극단으로 쏠릴 때 모두 가치가 상승하는 특징이 있다. 기축통화라는 특수한 지위 탓이다. 전문가들은 양극단에서 가치가 올라가는 그래프가 웃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현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11일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110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110을 넘은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최근 달러는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엔화는 24년 만에 가장 가치가 떨어졌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자산 가운데 달러화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가 공급을 줄이며 ‘금값’이 된 천연가스뿐이었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치솟은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경우 해당 국가의 화폐 가치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달러화는 예외다. 달러는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 침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부르고 이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오히려 너도 나도 달러화를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실제 리스크를 통해 통화가치를 설명하는 스마일커브 이론에 따르면 달러화 가치는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작거나, 커지면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스마일’하는 달러와 달리 세계 경제에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다른 나라들은 달러로 진 빚을 갚고 수입한 물건의 대금을 지급하는 데 더 많은 자국 통화를 동원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국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개발도상국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지난 5월 달러가 바닥난 상황에서 부채 상환 시기까지 닥쳐 결국 국가 부도를 피하지 못한 스리랑카가 대표적이다.
한국 역시 강달러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물가가 치솟는데 고환율 탓에 수입품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거세질 수도 있다.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함께 올린 기준금리는 가계의 부채 부담을 키운다. 강달러가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 환산 수익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매출의 60%를 창출하는 애플과 다른 미국 ‘빅 테크’ 기업들이 강달러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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