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북한의 ‘선제 핵공격’ 법제화는 비핵화가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인 만큼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면서 핵 폐기를 최종 목적으로 하는 비핵화 협상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협상의 문도 닫혔다고 분석했다.
13일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8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채택한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과 관련, “북한은 핵보유국 중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공세적 핵전략을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법령에서 ‘핵무력은 김정은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는 대원칙을 내세우면서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박 교수는 “해당 법제에 따르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며 “향후 협상에서 법에 의해 규제된다는 명문으로 퇴로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핵보유국 입장에서 협상하더라도 비핵화가 아닌 군축협상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핵무기 확장이 유일한 성과이므로 이를 통해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이라는 형식을 활용해 김 위원장 자신의 최고지도자로서 위상을 공고하게 하면서 내부 통제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비핵화는 더 이상 없다는 의미”라고 단언했다. 김 명예교수는 “북한에서는 법제화라는 것이 필요 없는데도 이를 공포함으로써 비핵화는 더 이상 의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2개의 시나리오가 있을 텐데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은 그에 비례하는 군사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남 교수는 “북한 도발이 없는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맞대응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군사적 반응은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