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젊은 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젊은 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 파워인터뷰-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勞使협상 가장 큰 쟁점은 임금
연공서열식 高연봉 맞지 않아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착 시급

비정규직 등 ‘이중구조’ 심각
글로벌 규범에 맞게 혁신해야

육아휴직에 女 경력단절 논란
근로시간 단축 등 해법될 수도


인터뷰 = 유병권 사회부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을 설명할 때마다 절박함과 답답함을 토로했다. “노사 간, 세대 간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미래 세대가 잘사는 사회를 준비하는 것” “지금은 노동시장 개혁의 시간” “우리만 예외일 수 없다” 등. 그의 말에는 ‘안 하면 공멸한다’는 절절함이 묻어났다.이 장관은 노동계 출신이지만,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조의 불법 행위 이후 돌아오는 것은 결국 손해배상·가압류 소송이고, 건전한 노사 관계를 막게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현실화할 근미래 노동시장 환경에 대비해선 ‘이민청’ 설치와 같은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정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어린이집·유치원과 같은 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는 정책 개발도 추진해야 한다”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실업급여를 반복·장기적으로 수급하는 모럴 해저드 문제는 재취업과 연계해 풀겠다”면서 “실업이 잦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요율을 더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고용보험 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노동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교육·연금·노동) 중 유일하게 속도를 내는 분야다. 노동 개혁 성패가 다른 국정 분야 개혁의 시금석 역할을 하는 만큼 이 장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진행했으며 이후 유선 등을 통해 보완했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중 노동시장 개혁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개혁의 의미와 목표는 무엇인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노동시장 개혁은 노사 간, 세대 간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자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미래 세대가 잘사는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앞다퉈서 인구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낡은 노동시장 법·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혁신하면서, 사회적 약자는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이번 개혁의 핵심 방향이다.”

―이전 정부도 노동 개혁을 추진했지만 큰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 임금, 근로시간 중심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현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점은 현장의 요구가 많고 개선이 시급한 ‘임금’과 ‘근로시간’ 관련 제도 개선부터 우선 추진하는 것이다. 임금과 근로시간은 노사 관계 핵심 변수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총칙 다음이 임금과 시간일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1987년 노사 대투쟁 이후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노사 간 협상에서 가장 큰 갈등은 임금이다. 기업들은 기업 환경이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하는 시간과 방식의 탄력성을 필요로 하고, 이는 노동자들의 이해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제도와 현실이 다른 부분을 푸는 방식이어야 한다. 지금이 노동시장 개혁의 시간이다. 추가 개혁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쳐 발굴해나갈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 체계 개편의 구체적 방향이 있다면.

“고도성장기에는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노동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는 시대다. 특히 MZ세대는 ‘공정’을 강조한다. 이들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가 공정하고, 나이가 들면 자동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큰 축이 ‘연공서열제’이고 직무급제가 5%로 무늬만 직무급제다. 일본은 30년 근속과 초임이 2배 차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거의 3배 차이다. 직무·성과급을 도입해야 할 여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숙련공 사회인 과거와 지금의 노동시장 현실이 다른 것 같다.

“연공급이 시대에 맞지 않으니 보상 체계도 그 변화에 맞춰 장기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야 한다. 철강, 제약업 등은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하게 보상받고 있다. 상당수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고, 직무성과급의 모범적인 사례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경제활동인구의 45%를 차지하는 MZ세대의 등장에서 보듯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미래를 위해 지금 준비해야 한다.”

―노동 개혁을 한다고 하면, 민간에선 ‘공공 부문부터 모범을 보여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공공 부문은 이미 하고 있고 직무성과급을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 연공에 기초한 임금 체계는 지금은 맞지 않다. 효율적 인재 유치 및 인력 운용 측면에서 MZ세대에게 연공서열 임금 체계가 매력적일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들이 직무성과급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정보와 컨설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이를 정부가 도와주고자 한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의 새로운 주력 부대로 떠오른 MZ세대가 공정한 임금과 공정한 근로시간 개편을 요구하는 데 부응하면서 노동시장의 근본적 불공정인 이중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입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이민청 신설 필요성을 밝혔다. 또한 여성의 저출산과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이중 구조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도 거친 필연적 현상인가, 아니면 우리만 심한 것인가.

“우리는 선진국과 달리 경제·사회 양극화와 이중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경제성장 전략과 노사 관계 시스템은 서로 맞물려 있다. 우리는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낮은 초임이지만 종신 고용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는 등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로 연결되어 있는, 즉 일본처럼 종적인 노동시장 구조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런 구조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됐고, 세계 경쟁 체제 속에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량적·기능적 유연성이 요구됐다. 그 과정에서 노사 관계의 불안정성과 유연성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비정규직과 도급의 사용이 늘고 이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게 됐다.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저출산 고령화 속에 인구 감소와 함께 노동력 감소 우려도 나온다. 이제 외국 인력 도입을 넘어 이민청을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민청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민청을 포함해 고용허가제도 등 외국 인력 정책의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외국 인력 정책을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다만 외국 인력의 정주화는 숙련 수준 및 업·직종별 인력 수급 현황, 특히 사회적 수용성 등을 감안하여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숙련 수준이 높은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적극적 활용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

―육아휴직제도 개선부터 고용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거나 남성도 쓰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가면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가 크다. 육아휴직을 오래 쓰면 업무 적응이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법적 노동시간 40시간을 최대 15시간까지 줄일 수 있는 제도다. 그렇게 되면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필요할 때 전일제로 근무하다가 파트타임 근무로 전환하고, 다시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검토하겠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 인프라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이건 다양한 정책 수단이 필요한데, 보건복지부 등 다른 부처와의 칸막이를 헐어서 해결해 나가겠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며 ‘노인 빈곤’ 문제가 더 크게 대두되고, 노인 일자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부양 부담이 증가하고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높지만, 55~64세 고용률은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편으로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장년 일자리센터와 산업별 협회 등 고령자 고용 서비스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맞춤형 재취업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고, 노인 일자리 규모와 관련해서는 노인층이 기존 경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장형 비중을 높이려 한다. 다만 수요를 고려하여 공익형 일자리도 적정 수준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에 없었던 플랫폼 종사자가 등장했고 그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있나.

“플랫폼 노동의 경우 IT(정보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고용 형태이면서도 업무 방식, 계약 형태 등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노동법·경제법 등 현행 법체계 및 제도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현 정부는 모든 노무 제공자에 대한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입법인 만큼 전문가를 통한 법적 검토와 함께 노사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감대 형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표준계약서 마련·정착을 비롯해 분쟁 해결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한 연구와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고용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관계 부처와 협업하여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장관은 노조의 불법 파업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노조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파업을 하고 있다”면서 “법과 원칙을 세워 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일단 확립되면 편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실업급여를 반복·장기 수급하는 모럴 해저드 문제는 재취업과 연계해 풀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련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470억 원 정도다. 불법을 용인해서도 안 되지만 평생 일해도 못 갚을 문제여서 노사 갈등의 새로운 씨앗이 되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법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세워 나가는 것은 힘들지만, 일단 확립이 되면 편하다. 모든 일의 기본이 법과 원칙이고 공동체의 기본이다. 우리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하면서 노사 모두가 국내 노동법도 손을 봤다. 대부분 노조는 그 법을 지키면서 법 테두리 안에서 하고 있다. 손해배상과 가압류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법원은 기업 요구를 다 받아주지 않고 감안한다.”

―MZ세대 등 젊은 노동자 중심의 노조가 등장하고 있다. 기득권 노조들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대부분의 노조는 법을 지키면서 활동한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은 고용이 안정돼 있고 우리 노사 관계를 지표로 보면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평균적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일부 불법적 모습이나 새롭게 나타나는 분쟁 유형으로 체감상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대화로 풀기보다는 이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이해를 관철시키는 불합리한 관행이 있어 왔고, 이런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법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평화적 대화를 통하여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불법적 행위의 악순환을 막고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 정부는 노사가 지켜야 할 룰을 엄정하게 맞춰서 정립해주고 그 안에서는 자율로 해 주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고용노동청 대회의실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선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고용노동청 대회의실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선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선임기자


“법과 원칙은 공동체의 기본… 일부 노조 불합리 관행엔 엄정 대처”

ILO 협약 비준해 만든 노동법
대다수 노조는 법 지키며 활동
‘勞使의 룰’ 속 자율권 보장하되
‘위법땐 제재’ 방식으로 가야

사업장 휴게시설 의무화했더니
화장실 옆 등 부적절한 설치도
충분한 계도 거쳐 바로 잡겠다

과거 청계천·구로공단 같이
노동환경 열악한 곳도 많아
후진국형 재해 유형 개선할것


―고용보험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고용보험의 현재 적립금이 5조 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취약 계층이 어렵다 보니 한시적으로 과거와 다르게 유연하게 실업급여를 인정했다. 지난해 고용보험위원회에서 ‘너무 쉽게 인정해주는 것 아니냐’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실업급여 반복·장기 수급과 같은 문제도 취업과 연계시켜 풀려 한다. 실업자가 실업급여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조속히 재취업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실업이 잦은 사업장에 대한 고용보험 요율도 더 부담을 지울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해 재정도 건전화해 나갈 것이다.”

―고용부가 추진한 휴게시설 의무화 제도는 좋은 취지인데, 잘 안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하면 좋은데 그러지 않아서 문제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1944년 ILO 필라델피아선언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의 뜻을 담고 있다. 휴게시설도 만드는 것이 당연한데 화장실 옆과 같이 적절하지 않은 곳에 두는 경우도 있다. 상식적이지 않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서 휴게시설을 의무화했다. 사실 법이나 처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충분한 계도와 지도 감독을 통해 현장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

―왜 지켜지지 않는 건가.

“외국에서는 정해진 규칙은 지킨다는 의식들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 현장에선 안전수칙도 귀찮게 여긴다고 한다. 우리는 급속도로 고도압축성장을 했다. 물질적 수준은 높아졌는데 제도와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다. 근로기준법도 1953년에 만든 골격이 지금까지 유지되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제도, 의식, 관행, 세대의 문제가 다 얽혀 있다. 압축·복합·복잡 성장을 하면서 의식과 제도, 관행이 정합성을 가져야 하는데 손을 못 보고 온 것이다.”

―노동계 출신 장관으로 현장에 가보면 어떤가.

“그간 3일에 한 번은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 가면 어깨가 무겁다. 대우조선해양과 건설 현장, 물류센터도 가봤다. 윤 대통령 지시로 대우조선해양 투쟁 현장을 갔었다. ‘날 봐서 불법은 절대 멈춰달라’고 했다. 그분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남아 있다. 후속 과제로 뭘 해야 할지부터,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다. 현장을 가보면 우리 재해 유형이 후진국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내가 실외보다 더운데 벌집 구조처럼 돼 있는 곳도 있고, 세계적 기업을 지향하면서도 아직까지 과거 청계천·구로공단처럼 열악한 환경인 곳도 있다.”

―취임 120일이 지났는데 소감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지난 4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 사태의 평화적 타결이 기억에 남는다. 노사 협상 지원에 총력을 다했는데 노사정 모두가 노력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파국 없이 평화적으로 타결됐다.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었던 MZ세대 새내기 직원들과 간담회를 나눈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우리의 미래인 젊은 세대들과 자주 자리를 가지고 터놓고 미래의 일자리, 노동 문제에 대해 대화해 그들을 위한 더 나은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력하고자 한다.”

정리=정철순 기자

30년 이상 노동운동 외길… ‘합리적 접근법’으로 보수·진보 정부서 두루 활동

■이정식 장관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을 시작으로 30년 이상 노동계에서 활동했다. 그간 노동계를 거쳐 정치인으로 활동 중 고용부 장관에 발탁된 적은 있지만, 순수 노동계 출신은 이 장관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노총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한국기술교육대 초빙교수와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쳤다. 노동 현장·정책을 비롯해 정부 부처, 기업 등 활동 폭이 넓어 노동정책을 다각적으로 접근한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각종 위원회 활동을 통해 노사 관계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진보·보수 정부에서 두루 활동했다.

1980년대 많은 대학생이 노동계에 투신했지만, 상당수가 제도권에 흡수됐고 이 장관과 같이 30년 이상 활동한 이는 드물다.

이 장관은 “대학을 다니던 당시 시대적인 상황이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민주화 체제 등 많은 일이 있었다”며 “공부를 한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고 노동계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데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고민 끝에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계에서 활동하는 동안 ‘서울대 출신’이란 프로필이 늘 따라다녔다. 사회적 성공이 보장되는 학력으로 노동계에 투신한 것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노동계에 몸을 담은 것을 특이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좋은 대학을 졸업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고용부 장관은 통상 학자·정치인·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그의 장관 지명을 두고 노동계에서도 ‘깜짝 발탁’이란 말이 나왔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노사 관계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로 평가하고,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동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노사 관계 밑그림을 그릴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매번 노동 개혁을 추진했지만, 노동 현장과 충돌하며 좌초됐던 만큼 노동계 출신을 통해 현안을 풀겠다는 의도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 지명 전까지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1961년생(충북 제천시) △서울대 경제학과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한국노총 사무처장 △건설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韓 인구 2070년엔 3800만명… ‘인력 가뭄’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이민청’

2025년 경제활동인구 정점
젊은층은 일자리 남아 돌고
장년층은 일자리 놓고 경쟁


코로나19를 겪으며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크게 줄어들어 조선업과 농업 등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해졌다. 업계에서 ‘사람이 없다’는 호소가 나오는 가운데 조만간 경제활동인구 감소의 후폭풍이 우리 경제에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고용노동부가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을 노동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을 넘어선 이민청 신설을 주문하는 것도 경제활동인구 감소의 파급력이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 2020~2030’에 따르면 한국의 2025년 경제활동인구는 2911만7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그다음 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돼 2030년에는 2875만8000명으로 줄고, 같은 기간 연평균 감소율 또한 0.2%에 달한다. 통계청은 최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서 국내 인구가 올해 5200만 명에서 2070년에는 380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는 연령대별로 인력 수요·공급이 어긋나는 노동시장 불일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감사원이 기획재정부·고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감사해 발표한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Ⅴ: 생산인력 확충 분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은 2027년, 중년층(30∼54세)은 2024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시작한다. 반면 2035년이 되면 장년층(55세 이상)은 272만 명의 인력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 젊은 세대에선 일자리가 남고,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장년층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 발달에 따라 상당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를 믿고 인력 수급 정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실업자 양산과 같은 후폭풍이 뒤따를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선 ‘이민청 설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일민족’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는 시기상조란 지적도 있지만, 미래 노동시장을 고려하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미래 노동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 연구를 맡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중·단기 과제인 임금·근로시간 개편 외에 중·장기 인력 수급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구 문제는 다음 세대의 노동 구조와 직결되는 만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외국인 인력 확대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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