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채 산업부 차장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12일, 출범 이후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법무부가 밝힌 사면의 이유는 ‘경제위기 극복 및 사회통합’이었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우려 속에서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강조됐다. 사면 및 복권 대상자가 된 주요 경제인은 4명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다.

법무부 보도자료 제목에 등장할 정도로 ‘경제’에 힘을 준 사면이었지만, 대상자를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숫자가 적었다. 경제단체에서는 최소 두 자릿수 이상의 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꾸준히 요청했다. 사면 대상자의 숫자는 경제인들에게 주는 하나의 신호였다. 이번 정부에서는 경제인들의 요청에 귀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정부는 어정쩡했다. 기업인들에게 윤석열 정부가 확실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경제 정책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사면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경제인 형벌 개정 개선 등보다 더 중요했다.

내용 면에서도 지적할 부분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달리 형실효선고 사면을 받지 못했다. 여전히 전과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취업제한에 대한 복권 조치만 받았다. 삼성전자 등기이사 취임이나 회장 승진 등이 가능해졌지만, 전과 기록은 해외 출장 등에서 여전한 제약으로 작용한다. 비자를 받아야 하는 국가를 가야 할 때 심사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공항 심사도 까다롭다. 이 부회장은 다른 재판 때문에 출장의 제약이 여전히 심하지만, 재판이 없더라도 전 세계를 누비며 경영을 펼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저런 면을 봤을 때 이 부회장이 복권을 받은 것은 검찰과 타협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재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형기를 마친 혐의나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혐의나 크게 보면 모두 승계 이슈다. 검찰은 사면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광복절 사면이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의 대원칙에 맞았는지도 의문이다. 이 부회장은 형기를 마쳤지만 사면을 받지 못했다. 똑같이 실형 복역을 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복권이 아닌 사면 조치를 받았다. 법무부 보도자료를 보면 사면 대상자를 정한 원칙은 피해 회복, 회사 성장의 공로였다. 이 기준이라면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안 된 이유를 더 납득하기 어렵다. 또 법무부가 말한 이유를 적용한다면 사면받아야 할 경제인은 훨씬 많다. 강덕수 전 회장의 경우 아직도 일부 피해를 보상하지 않았는데도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사면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남겼다. 처음에는 대규모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소규모에 그친 것은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도 지적을 받아야 한다. 경제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다음에는 진짜 경제 살리기 사면을 기대한다.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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