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 결과물인 ‘더반 선언’ 채택 2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 결과물인 ‘더반 선언’ 채택 20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Global Focus - 77차 유엔총회 개막 D-5

각국 정상회담 일정 조율 분주
尹, 한미·한일 양자회담 추진
北 인권문제 예비의제에 포함

우크라 침공 규탄 발언 불보듯
푸틴 불참 … 中·러 결착 가속화

바이든 ‘소다자주의’ 잰걸음
‘러 제재’ 중립 남아공과 회담

트러스 英 신임 총리에도 눈길
여왕 서거로 총회만 참석할 듯


오는 20~2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를 한 주 앞두고 각국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엔총회는 ‘외교계의 월드컵’ 또는 ‘외교의 슈퍼볼’(미국 미식축구 리그 NFL 결승전으로, 세계 최대 규모 단일 경기 스포츠 이벤트)로 불릴 정도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행사 중 하나다. 각국 정상들이 직접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연설할 뿐 아니라 자국 이익 극대화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다른 정상들과 ‘물밑’ 또는 ‘물 위’ 회담을 이어나간다. 그야말로 ‘외교적 백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매년 열리지만, 올해 유엔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한 상황 속에 치러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째로 접어들었고, 이란·러시아를 필두로 한 ‘반(反)미 연대’도 공고화되고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조만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총회 예비의제 목록에 북한 인권 문제가 포함된 만큼 이 시기에 맞물려 무력도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흘러나온다. 해외 순방을 재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할지도 주목된다.


◇尹 대통령 참석 유엔총회 전후 정상회담 외교전 본격 개막 = 유엔총회를 앞두고 각국은 일찍이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누구를 먼저 만나고, 몇 분, 혹은 몇 시간 동안 만나는지 모두 외교적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외교가의 신경이 바짝 곤두세워지는 상황이다. 오는 20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한·미 및 한·일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언론에서 한·일 양자회담의 경우 “한국의 대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일정 확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주목된다. 15일 중국 공산당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한하며 관련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리 상무위원장은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한 명으로, 중국 내 서열 3위인 최고위층이다.

‘소다자주의(mini-lateral)’ 기조를 내건 바이든 대통령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6일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하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무역 및 투자, 기후변화, 식량 안보 등이 주요 의제로 공개돼 있지만,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남아공을 포섭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남아공을 비롯한 아프리카 여러 나라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아공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한 친구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은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남아공을 공식 방문하고 며칠 뒤 바로 남아공을 방문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특히 중국과 교역이 활발한 나라이기도 하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그는 대러 제재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중국에도 초강경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영국 내 대표적 ‘매파’다. 당초 취임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왕이 서거하며 유엔총회에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들도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2일 독일을 방문해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각각 만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막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이스라엘은 중동 내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로, 이란의 핵 무장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오는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도 JCPOA와 관련한 의견이 교환될 전망이다.

유엔 빌딩.  게티이미지뱅크
유엔 빌딩. 게티이미지뱅크
◇중국·러시아는 유엔총회 불참하되 반서방 연대는 가속화 = 푸틴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오는 15~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엔총회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성 발언이 예고된 만큼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현지 언론 러시아브리핑뉴스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지배하는 곳으로 가기보다는, 역내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시 주석 역시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지구촌이 ‘경쟁’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세계와 중국·러시아 주도의 ‘반미연대’ 구도가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과 러시아의 결착은 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은 SCO 정상회의 계기로 직접 만나 회담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패권에 맞서기로 단결한 두 독재 지도자의 만남”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검증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경기침체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내상을 입은 상황인 만큼 양국 간 ‘윈윈’ 상황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나 미터 옥스퍼드대 역사정치학과 교수는 “(시 주석은)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고 싶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울 것”이라며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3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전격적인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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