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주연 류승룡
무심한 남편과 폐암 말기 아내
한치앞 모를 인생의 여정 그려
가수 이문세·토이 등 노래 삽입
“장면과 딱 맞는 가사들에 감탄”
죽음, 절망 아닌 희망으로 승화
“맑은 물 같은 웃음 끌어내고파”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무뚝뚝한 50대 가장 진봉(류승룡 분)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폐암 말기 소식에 애써 괜찮은 척하며 이 노래를 읊조린다. 맞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창밖을 보면 비는 오는데 괜시리 마음만 울적해.”(김건모의 ‘잠 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시한부 판정이 믿기지 않는 세연(염정아 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도 잠이나 쿨쿨 자는 남편의 뒷모습에 한없이 서러워 이렇게 노래를 부르며 밖을 내다본다. 살아서 맞는 마지막 생일인데, 남편은 고3 아들이 있는 집에서 미역국을 끓였다고 타박이다. 축하는커녕 계속된 면박에 “미안하다”며 한 술도 뜨지 못한 미역국을 국 통에 쏟는다.

이 아름답지 않은 현실에서, 세연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앉아서 두 달 남은 생을 마감하는 대신, 고교 시절 이루지 못한 첫사랑 오빠를 찾아 나선다. 툴툴대던 남편 역시 아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양 따라나선다. 죽음을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승화시킨 로드 무비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28일 개봉)는 이렇게 시동을 건다.
지난 1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류승룡은 “영화 촬영 내내 ‘과연 어떤 것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며 “아내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일상을 감사하게 생각하자’는 결론을 얻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별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의 여행길에는 또 하나의 벗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한 이 영화에는 이문세의 ‘조조할인’ ‘애수’를 비롯해 토이의 ‘뜨거운 안녕’,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삽입된다.
체력이 떨어진 아내를 업고 걸으며 진봉은 “조용한 그대의 눈동자/ 말없이 서 있는 내 모습/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이것이 이별이래”(유열의 ‘이별이래’)라고 노래하고, 엄마의 투병 사실을 안 아이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라고 책망한다. 이들이 처한 상황과 가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1년 동안 노래 연습을 했다”는 류승룡은 “작가, 감독님이 상황에 맞는 가사를 가진 40여 곡 중 골랐다고 했다. ‘어떻게 이리 딱 맞게 배치했을까’ 싶었다. 억지스럽지 않아 좋았다”면서 “해변가 몽돌을 밟으며 부른 ‘이별이래’가 기억에 남는다.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한 노래가 정말 많았다”고 감탄했다.
이 영화는 ‘웰다잉’(well-dying)을 이야기한다. 시한부 환자가 주인공이지만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와는 거리를 둔다. 특히 지난해 폐관된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을 영화를 열고 닫는 소재로 쓴 대목이 인상 깊다. 젊은 시절 ‘사랑과 영혼’ ‘우묵배미의 사랑’을 상영하던 서울극장에서 조조 데이트를 즐기던 둘이었지만, 이제는 ‘사랑과 영혼’이 재개봉된 서울극장 앞을 혼자 찾아온 진봉.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서울극장의 추억과 맞물려 가슴 시리게 한다.
류승룡은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는데 때마침 눈이 내렸다. 강설기로 만든 눈과 실제 눈이 뒤섞였다. 스태프들이 다 소리를 질렀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제목처럼 촬영 내내 행복하고 아름다운 기억이 쌓인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꾸밈없는 웃음이 돋보이는 코미디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극한직업’ ‘7번방의 선물’ 등으로 1000만 고지를 밟은 류승룡이 있다. 일상 속 툭툭 내뱉는 듯한 대사가 코믹의 포인트다. 여기에는 류승룡의 애드리브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 웃음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부담도 크지 않을까?
“굉장히 고민되는 지점이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과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웃음, 공감되는 웃음을 추구한다. 이준익 감독님이 ‘매번 최선을 다하면 아주 적어도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 맑은 물 같은 웃음을 끌어내려 고민하고 또 노력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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