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구속된 은 前 성남시장 85쪽 분량 판결문 보니…

4년전 선거법 등 수사받을 당시
기밀제공 경찰 내연녀 승진위해
비위 확인 안된 공무원 전보조치

4억원 가로등 교체사업 청탁도
재판부 ‘뇌물공여에 해당’ 판단


은수미(사진) 전 성남시장이 자신의 수사와 관련된 기밀을 받는 대가로 인사 청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아무 잘못이 없는 공무원에게 좌천성 인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문화일보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85쪽 분량의 은 전 시장 판결문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및 선거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은 전 시장은 2018년 10월 성남 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이었던 김모 경위에게 수사 기밀을 제공받을 목적으로 비위 사실이 없는 현직 공무원에게 부당하게 좌천성 전보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판결문엔 “비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내부종결’ 결론을 냈음에도 문책성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특정 공무원을 전보했다”고 적시됐다.

은 전 시장은 자신의 수사 기밀 제공 및 불기소 의견 송치 등 수사상 편의를 받는 대가로 김 경위의 내연녀이자 성남시 6급 보건 공무원 A 씨를 팀장급 보직에 임명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벌였다.

김 경위는 당시 S구 보건소장으로 재직 중인 보건 직렬 공무원 B 씨가 간호 직렬인 A 씨와 친분이 없는 데다 보건 직렬을 우대한다고 판단해 은 전 시장 측에 B 씨를 모함하는 익명의 투서를 보냈고 이를 바탕으로 B 씨를 전보 조치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은 전 시장은 감사팀에 B 씨에 대한 비위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감사팀은 B 씨의 비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내부종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은 전 시장은 문책성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9년 1월 정기인사에서 B 씨를 다른 보건소로 좌천성 전보 조치했다. 이후 A 씨는 보건 직렬에 부여됐던 방문보건팀장 자리를 부여받았다.

법원은 은 전 시장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 공무원 사회에 실망감을 초래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법원은 “은 전 시장은 시정을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개인적 이익을 위하여 범행에 가담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뇌물 공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은 전 시장은 지난 16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과 벌금 1000만 원, 추징금 467만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은 전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국제마피아파 출신 이모 씨가 대표로 있는 코마트레이드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밖에 재판부는 은 전 시장 측이 김 경위로부터 4억5000만 원 상당의 터널 가로등 교체사업을 특정 업체가 맡게 해달라고 청탁받은 점 또한 뇌물 공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편, 은 전 시장 측에 인사 청탁을 한 김 경위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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