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23일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원가회수율과 현실적인 부담능력을 감안할 때 대용량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탄을 맞게 된 철강·반도체·자동차·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 차관은 이날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에서 개최한 산업계 간담회에서 “에너지 요금 인상 최소화를 위해 에너지 공기업의 고강도 자구노력과 함께 다각적 방안도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반도체산업협회,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철강협회, 시멘트협회, 비철금속협회, 기계산업진흥회, 자동차산업협회, 석유화학협회, 석유협회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전기요금을 더 부담하도록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던 박 차관이 직접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정부는 30조 원대로 예상되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개선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산업용 전기요금도 손질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과 산업 및 경제에 대한 영향, 총력대응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설명했지만, 철강·반도체·자동차 등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기업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비용이 늘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서다. 특히 생산자가 지는 부담이 증가하면 결국 소비자에게도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간담회에서 세제·금융·기술개발 지원을 건의했다. 기업들의 부담 증가에 대해 산업부는 에너지요금이 아직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가격 신호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도 최근 한국의 전기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로 인한 한전의 투자 여력 저하에 우려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30여 개 주요국 장·차관이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제13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CEM13)’와 ‘제7차 미션이노베이션 장관회의(MI-7)’에서 영상 연설을 통해 “한국 정부는 원전·효율 혁신·수소를 중심으로 기술 상용화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