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적 군 동원령을 발령하자 러시아 곳곳에서 동원 대상자들이 가족들과 생이별하는 장면이 속속 온라인상에 게시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SNS에는 전장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품에 안아보는 동원 대상자들의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트위터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동부 시베리아 도시 네륜그리의 입영센터로 보이는 한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남성들은 가족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놓지 못하다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갔다. 현장에 있던 대다수 사람들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일부는 슬픔을 가리려 입을 가린 채였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현지 입영센터에서 찍힌 동영상에는 한 여성이 안전을 간절히 기원하면서 가족으로 보이는 남성의 몸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담겼다. 이름을 드미트리라고 밝힌 한 동원소집 대상자는 입영센터에서 아버지의 배웅을 받았다. 이 아버지는 전장으로 가는 아들에게 “조심하라”고 인사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학생 신분이라는 드미트리는 현지 언론 오스토로즈노노보스티에 “아침에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며 “오후 3시까지 여기(입영센터)로 오라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는데 입영 장교가 나타나더니 당장 떠난다고 한다”고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한 BBC 기자가 SNS에 올린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한 아기가 “아빠 안녕! 꼭 돌아오세요”라고 인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한 지역에서 부분 동원령에 따라 버스에 실려 징집되는 가족을 향해 한 아이가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고 있다. SNS 캡처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화되며 전황이 악화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약 30만 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최근 전격 발동했다. 이후 러시아에서는 동원소집을 회피하기 위한 ‘대탈출 러시’가 벌어졌으며, 곳곳에서 강경 반대시위가 발생해 1300명이 연행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