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미국·캐나다 등 연대 시위 반정부시위 들불… 80개 도시 동시다발 시위 히잡 던지고 최고지도자 사진 태워
물가상승률 50%·인권탄압에 반발 정부 강력 진압 중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대가 지난 19일 경찰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한 이른바 ‘히잡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의 시위가 전 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란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파리와 런던에서도 시위대가 이란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2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 등 이란 전역의 80개 도시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 속에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고 남성들은 환호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이 불태워지고, 경찰 본부와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란 여성 연예인들도 히잡을 벗어 던졌고, 사르다르 아즈문(바이어 04 레버쿠젠) 등 이란의 축구 스타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위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국영TV는 자체 집계 결과 최소 4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언론인과 시민 활동가의 구금도 잇따랐다.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히잡 의문사’ 관련 시위에 참석해 히잡을 불태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도 25일(현지 시각) 이란 당국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표시하는 시위가 에펠탑이 마주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렸다.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정부 구호가 터져 나왔으며 시위대는 이란 대사관을 향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영국 런던 중심가 트래펄가 광장에도 이날 500여 명이 모여 이란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국기를 흔들면서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란 대사관 앞으로 행진한 뒤 대사관을 경비하던 경찰과 충돌했다. 영국 BBC는 “캐나다와 호주, 칠레, 이라크 등 세계 곳곳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란은 개혁·개방 실패와 극심한 인플레이션, 인권 탄압 등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대선에서는 후보 등록 당시부터 개혁파 후보들을 탈락시켜 젊은층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당선된 강경 보수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여성들의 히잡 착용 규정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대이란 제재의 여파로 이란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50% 이상으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