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에 홀린 한국

일상 품목처럼 위장해 들여와
텔레그램 등 통해 빠르게 퍼져
작년 1272㎏ 적발 역대 최대

마약성분 등록 안된 ‘신종’은
적발해도 처벌 어려워 골머리


국내에 밀반입된 마약이 대규모로 유통돼 가격이 저렴해지고 SNS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마약이 일상 속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자담배처럼 피우는 신종 마약도 급증하면서 경찰이 마약 단속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9일 박남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필로폰의 경우 국내에 물량이 풀리면 g당 50만 원 선까지도 떨어진다”며 “최근 수요가 많아진 만큼 공급도 많아져 일정 수준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량으로 구매하면 할인판매도 한다”며 “판매광고를 보면 g당 70만 원인데, 2g을 사면 120만 원, 10~100g을 구입하면 g당 50만 원 등을 할인해준다”고 말했다. 마약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이 같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약에 빠지게 되면 1회 투입량이 늘어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마약 수렁으로 쉽게 빠져들게 되는 구조가 형성돼있는 것이다.

밀반입으로 국내에 마약이 대량공급되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청이 지난해 적발한 마약류 밀수량은 1272㎏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위험을 감수해가며 마약을 ‘밀조’하기보다 ‘밀수’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마약 위장술이 날로 진화해 국제특송화물 우편물에 마약류를 숨기고 들어오면 적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밀수업자들은 향신료로 마약을 위장하거나 옷가지, 자동차 부품 등 일상 품목처럼 들여온다. 국내 체류 노동자 등에게 마약을 소지하게 해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2030 세대는 텔레그램 등 SNS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IP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해 구입하면 추적도 쉽지 않다. ‘떨(대마초 등을 뜻하는 은어) 팔아요’ ‘작대기’ ‘아이스’ ‘술’ 등 은어만 알고 있다면 은밀하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마약류 불법 유통·판매 점검 결과’를 보면,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적발한 1865건 중 72.8%가 텔레그램으로 구매했다.

단속과 적발이 쉽지 않은 신종 마약(액상 대마, 합성 대마 등)도 늘고 있다. 마약 성분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신종 마약의 경우 적발해도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박 팀장은 “주사기로 하면 겁도 나고 자국이 남는다는 점 때문에 보다 효과가 좋고 쉽게 할 수 있는 신종 마약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액상 대마, 합성 대마의 경우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넣어서 피우면 냄새는 나지 않지만 효과는 더 크기 때문에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관세청의 신종 마약 적발량은 2019년 44㎏, 2020년 21㎏, 2021년 143㎏ 등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은 마약류 확산 방지를 위해 연말까지 전국 단위로 ‘마약류 유통 및 투약사범 집중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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