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폭락’ 미봉책 英
감세 실책 국채매입으로 막아
英 신뢰도 떨어져 혼란 여전
“금융시장 안정 일시적” 분석
트러스 다음선거전 교체 전망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 발표로 촉발된 전 세계적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이 결국 시장 개입에 나섰다. 국채 투매 사태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장기국채를 사들여 금융시장 충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 안도했다. 그러나 이는 고육지책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눈앞의 시장 대혼란을 막으려고 다시 돈을 푸는 조치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하는 영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중장기적으로 파운드화 가치는 더 고꾸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 중앙은행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650억 파운드(약 100조 원)를 투입해 다음 달 14일까지 장기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최근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 발표로 투매 사태가 벌어지며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영국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여 가격을 안정(국채 금리 하락)시킨다는 취지다. 영국 중앙은행의 깜짝 카드에 시장은 일단 안도했다. 파운드화 환율은 이날 장중 1.08달러 이상까지 상승했다.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 발표 후 파운드화 환율은 1.03달러대까지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돈을 풀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 당장 위기는 넘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국의 투자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반등 역시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뒤죽박죽인 통화정책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중앙은행은 최근 두 차례 연속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며 시장에 강한 긴축 신호를 보낸 바 있으나, 국채 매입 정책은 이와는 반대로 시장에 돈을 푸는 완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CNBC에 “영국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국채매입)라는 ‘라라랜드’에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낮아지는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으로 출구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며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해야 하는 일과 반대인 만큼 정책 일관성 결여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투자은행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분석가도 “영국 중앙은행이 정책을 뒤죽박죽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러스는 과감한 경제적 도박을 하고 있다. 이것이 그녀의 정부를 침몰시킬 것인가’라는 기사에서 “트러스 총리의 감세계획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파운드화를 폭락시켰다”며 “트러스 총리가 다음 선거 전 교체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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