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추색(秋色)이 완연하다. 며칠 전만 해도 저 멀리서 서성이더니만, 이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알고리즘이 띄워준 클래식기타 연주 영상을 보자 감성이 발동한다. 데면데면 간헐적으로 기타를 꺼내 튜닝해서 몇 곡 뜯어 보지만 버퍼링. 기타 솜씨와 외국어 실력이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까. 더딘 손가락과 꼬이는 혀.
가을의 전설을 들려줄 것 같은 그림을 펼쳐 본다. 화가 최구자의 ‘공존’ 시리즈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신앙의 토대와 삶의 여정을 통해서 관조해온 세계가 일깨워준 바는 바로 존재들의 공존과 상생이다. 노아의 방주에 들어간 동물들이 공포 속에서 오히려 평화롭게 지냈던 신화를 조심스럽게 끄집어 낸다.
감춤과 드러냄의 은밀한 밀당이 인상적이다. 밝음과 어둠, 정신과 물질이 순환하는 섭리 아래 조화로운 세계의 본질이 모자이크 삽화처럼 산뜻하게 전달된다.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노아의 방주로 돌아왔을 때의 감격을 떠올리라 한다. 친구가 아니면 다 적으로 내모는 오늘의 세태에 호소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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