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당국, 사거리·고도 등 제원 분석
일본 정부, 홋카이도 등 피난지시


북한이 올해 3월17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3월17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의 사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이날 합참은 오전 7시 23분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발사돼 동쪽 방향으로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또 합참은 “현재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최근 열흘 사이 이번이 5번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2발, 지난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날 발사를 포함하면 열흘 사이 5번째다. 이틀에 한번 꼴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9번째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에서 비행 고도, 거리, 속도 등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여러 종류의 SRBM을 시험 평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할 정도의 사거리를 지닌 만큼 IRBM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SRBM으로 절제된 도발을 이어오던 북한이 보다 위협적인 IRBM을 시험발사함으로써 동북아 지역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면서 주변국의 주목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향후 추가적인 도발 수위를 높이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양한 환경에서 탄도미사일 운용 능력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동시에 운용 능력을 강화해 한국의 방어체계를 뚫기 위한 목적으로 도발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4일 오전 일본의 TV 화면에서 일본 정부의 조기경보시스템인 ‘J-Alert’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 오전 일본의 TV 화면에서 일본 정부의 조기경보시스템인 ‘J-Alert’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포착 직후 해당 미사일이 일본 본토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며, 일본 열도 통과는 일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피해가 우려되는 홋카이도(北海島) 및 아오모리(靑森)현에 피난 지시를 내렸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7년 이후 5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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