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분류 기준 같지만 미국, 판단 유보 “미사일 종류 분석 중”
화성-12형 최대 사거리 5000여km…미국, ICBM 가능성 열어둔 듯

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이 일본 상공 넘어 태평양으로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이 일본 상공 넘어 태평양으로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북한이 4일(한국시간) 일본 상공을 거쳐 태평양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놓고 한국은 ‘중거리’로, 미국은 ‘장거리’로 서로 다르게 규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북한이 일본 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일본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보강하고자 기시다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며 북한의 미사일을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평가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전날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은 일본 위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무모하고 위험한 북한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역시 북한의 미사일을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했다.

반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미사일이 고도 970여km로 4500여km를 비행한 것으로 탐지했다며 북한이 화성-12형 IRBM(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군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사거리에 따라 SRBM(단거리·300∼1000km), MRBM(준중거리·1000∼3000km), IRBM(중거리·3000∼5500km), ICBM(대륙간·5500km 이상) 등으로 분류한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도 같은 기준을 사용한다. MDA는 2020년 ‘탄도·순항 미사일 위협’ 보고서에서 북한이 지난 2017년 처음 발사한 화성-12형을 사거리 4500km 이상의 IRBM으로 정의했다.

미국이 이번 발사를 IRBM으로 규정하지 않은 이유는 정보 당국이 세부 재원을 분석하는 상황에서 확정적인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이 사용한 표현이 왜 다르냐는 질문에 “미사일이 일본 상공 위로 날아갔지만 미사일의 종류, 탄착점, 사거리를 아직 분석 중이라 여기서 그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장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발사의 비행거리 4500km면 평양에서 3400여km 떨어진 미국 괌을 충분히 타격하고도 남는 거리여서 한국이나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때와는 미국이 느끼는 위협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릴 수 있음을 의식해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2월27일과 3월5일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당초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라고 평가했으나 미국 정부는 며칠 뒤 사실상 신형 ICBM에 대한 성능시험의 일환이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제대로 발사했으면 충분히 장거리미사일인 ICBM 사거리에 이를 수 있었지만 미사일 엔진 성능시험 차원에서 사거리를 줄여 발사했다는 의미였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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