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선 생계 곤란 자료 제출해 국선 변호인 선임

생계 곤란을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었다는 소명 자료를 제때 내지 않아 국선 변호인 청구를 기각당하고 변호인 없이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4월 무보험 오토바이로 신호 위반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1심에서 국선 변호인 도움을 받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국선 변호인 신청이 기각돼 변호인 없이 진행된 2심에선 1심 형량이 그대로 내려졌다. 당시 A 씨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는 사정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은 변호인 조력 없이 내려진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에서 소명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미 1심에서 ‘피고인이 채권압류 및 추심 명령으로 은행 계좌 출금이 제한됐고, 배우자 및 아들,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의 보증금 등이 압류된 상태’임을 소명하는 자료들이 제출됐다”며 “기록상 피고인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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