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놓고 한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규정했지만, 미국과 일본은 다소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일본은 북한 도발 직후 ‘IRBM급 이상’, 미국도 ‘장거리(long-range)탄도미사일’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 한·미가 조만간 최종 분석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일은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이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일본 너머로 발사한 북한의 위험하고 무모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앞서 발표한 성명에 이어 또다시 북한 발사체를 ‘장거리미사일’로 규정한 판단이다. 일본 정부 역시 북한 발사체를 ‘IRBM급 이상’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행 거리를 4600여㎞라고 밝힌 바 있다.
이종섭(왼쪽) 국방부 장관과 김현숙(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일의 이 같은 발표는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비행 거리 4500여㎞와도 차이가 있으며, 한국의 IRBM 규정과도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한·미·일은 모두 북한의 이번 발사체가 IRBM급인 ‘화성-12형’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간 미사일 분류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국방백서는 탄도미사일을 사거리 1000㎞ 이하 단거리 SRBM과 1000~1300㎞ 준중거리 MRBM, 3000~5500㎞ 중거리 IRBM, 5500㎞ 이상 대륙 간 ICBM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일 간 미묘한 차이가 북한 위협에 대한 정치적 해석 차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일은 북한 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열도를 넘어가고, 북한 평양에서 3400㎞ 떨어진 미국령인 괌까지 도달할 능력을 보여준 만큼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 화성-12형의 사거리가 최대 5000㎞까지로 추정되기 때문에 IRBM과 ICBM의 경계선 상에 있다는 기술적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