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명의로 허위 기록 남기고
동료 아이디 접속해 졸피뎀 처방
2018년 이후 행정처분 61명 뿐
주로 일정기간 자격정지 경징계
의사 A 씨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본인 할머니 명의로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125번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 2308정을 처방해 본인이 투약했다. 다른 의사 명의도 도용했다. 동료 의사의 아이디로 전자 진료기록부에 접속해 진료기록을 가짜로 쓴 후 졸피뎀을 59번에 걸쳐 1388정이나 처방해 본인이 복용했다. 약물중독 수준인 A 씨에게 올해 3월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자격정지 1개월 15일에 불과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뤄 엄격한 처방 기준과 높은 도덕성을 필요로 하는 의사들 사이에 마약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국민의힘)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 조제·투약 보고 중에서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이름·나이가 동일하게 보고된 사례는 201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연평균 2만5000건이다. 셀프 처방량은 2019년 이후 매년 83만 정을 웃돈다. 마약류 셀프 처방이 추정되는 의사 수는 매년 8000명 안팎이다.
하지만 당국의 대처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식약처가 최근 2년간 셀프 마약 처방으로 수사 의뢰한 24건 중 8건만 검찰에 송치됐다. 이 중 3건은 수사 중이고, 9건은 내사 종결됐다. 복지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마약류 투약과 처방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모두 61명이다. 이들은 일정 기간 자격정지 등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캐나다는 본인과 가족에게 마약을 포함한 통제 약물을 처방하거나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호주도 의료위원회 행동강령에 따라 의사가 자신 또는 가족을 치료할 수 없어 처방조차 불가능하다. 미국 코네티컷주, 일리노이주 등에서는 규제 약물을 셀프 처방할 수 없다.
국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내에서도 셀프 처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국방부는 2017년부터 마약류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의 군의관 셀프 처방을 금지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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